“여성·중도층 끌어들어야 한다” 조언하기도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막판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같이 하자는 헤일리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 상대였던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일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함께 선거 유세가 가능한 날짜를 제안했지만, 트럼프 측에서는 별다른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은 이번 대선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교외 지역 유권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는 공화당 내 주류는 물론, 중도층 유권자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으며, 연령(50대), 성(여성), 인종(인도계), 종교(시크교) 등의 측면에서 확장성을 갖고 있어 한때 공화당 및 보수층 내 반(反) 트럼프 인사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날 선 공방을 벌였던 그는 사퇴 시에도 트럼프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사퇴 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인 4월에서야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필라델피아주에 사는 헤일리의 지지자였던 IT 직원 버나드 맥고레이(64)는 2016년에는 트럼프를 지지했으나 2020년에는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해리스는 적극적으로 헤일리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 중 일부는 헤리스를 위한 ‘헤일리 유권자(Haley Voters for Harris)’라는 정치 활동 단체를 만들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의 캠페인 책임자인 크레이그 스나이더는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후보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그를 계속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헤일리가 경선에서 탈락한 후 한 달이 넘은 시점인 4월에도 펜실베이니아주 경선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의 16% 이상은 헤일리를 선택했다. 이는 약 16만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주에서 대선에 승리할 때 확보한 득표율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후보가 경선을 중도 포기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투표용지에서 이름이 제거되지 않는다. 이에 유권자들은 후보가 공식적으로 출마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해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헤일리는 경선에서 물러날 때 트럼프가 중도층과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촉구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헤일리는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당의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헤일리는 트럼프를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을 지원하고, 그를 지지하는 전화 메시지를 녹음해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헤일리는 또 지나치게 남성적인 트럼프 캠프의 메시지가 여성 유권자들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9일 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들(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캠프)이 여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브로맨스와 남성성이 여성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극단에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