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월례기자간담회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때 지불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내년부터 절반 수준으로 조정되도록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계대출 관리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의 의견이 ‘딴판’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월례 간담회를 가지고 “중도상환수수료에 실비용만을 반영하는 조치가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약정 만기일 이전에 원금을 조기 상환할 때 금융기관이 부과하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중도상환수수료를 최소한의 실비용만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중도상환으로 인한)은행들의 실제 비용이 얼마인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잠정적으로 받아보니 현재 수준보다는 대략 한 절반정도 내릴 수 있겠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2~1.4%정도 받고 있는데, 이게 0.6~0.7%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신용대출은 0.6~0.8% 정도 받고 있는데 0.4% 내외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잠정적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중도상환수수료 절감 조치는 올해 안에 마무리해 내년에 시행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전산을 바꾸는 등 준비가 되는 은행은 그 이전에라도 시행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세대출을 DSR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에 대해서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함을 다시 한 번 나타냈다. 앞서 정부는 연초 가계대출의 한도를 정하는 방식인 DSR에 전세대출 잔액도 포함시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전세대출을 받으시는 분들의 경우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게 아니지만 실수요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고, 상당수는 무주택자인 경우도 많다”며 “그동안 전세대출 DSR을 도입하는 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논의되고 검토됐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언제 할지 말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다만 최근 금융위와 국토부가 버팀목 등 정책 전세대출을 공급하는 사안과 신생아특례대출의 대상을 늘리는 안 등에 대해 의견 충돌이 빚어진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금융당국은 국토부에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대출 등 정책대출에 대한 조절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이를 무시하고 공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국토부와는 가계부채 관련 정책대출은 그 이유와 목적이 있고 신생아특례대출을 늘리는 등 국민들과 약속한 부분도 지키는 게 맞지만, 정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가계부채 전반의 상황과 연계해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지난번 디딤돌 대출에 대한 방공제 제한조치 등도 합의된 원칙으로 이해해보면 (가계대출)속도 제어라는 같은 인식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부분, 섬세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저부터 세밀하게 관리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올 10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폭은 9월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10월 가계대출과 관련해서는 월말(31일)에 나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전망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 9월보다는 증가폭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보지만 그 폭이 그렇게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은행권의 대출제한으로 2금융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9월보다는 10월에 2금융권 쪽에서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건 확인이 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숫자를 보고 추가적 대책이 필요할지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은행이 ‘이자장사’로 이자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최근 예대마진이나 순이자마진(NIM)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서도 “혁신의 노력을 더 해나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이익이 나면 다들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이 나면 비판을 받는다”며 “은행의 혁신이 충분했는지 문제의식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