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노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시사기획창]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1TV 시사기획창은 최악의 노인 빈곤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편을 29일 오후 10시에 방송한다.

한때 40%를 훌쩍 넘던 65세 이상 상대 빈곤율이 이제 40% 아래로 떨어졌다. 39.7%(2024년 9월 발표 기준) 수치가 줄어드는 건, 가난하던 노인의 삶이 개선되었기 때문일까? 빈곤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실천으로 이어져 결실을 맺은 것일까?

-아니다, 탈출구는 없다

착시다. 원래 가난했던 노인의 사정이 나아진 게 아니다. 그저 재산과 소득이 있는 세대(후기 베이비붐 세대)가 새롭게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한 통계적 착시다. 비교적 경제 형편이 나은 신규 진입자의 수치가 평균을 내릴 뿐, 빈곤에 빠진 노인은 계속 빈곤하다. 75세 이상은 여전히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 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노령기의 빈곤은 탈출할 수가 없다. 노령기(특히 75세 이상)가 돼서 새롭게 소득을 만들거나 축적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OECD 최악이다

75세 이상은 여전히 50% 이상의 빈곤율을 기록한다. 이른바 후기 노령층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빈곤하다. OECD 가입국가 가운데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 이 고령의 노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빅데이터가 말하는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흔적’

'시사기획창'은 이 노인들의 삶을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지역은 서울로 한정했다. 자료는 KT의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하루 1,000억 건에 이르는 방대한 데이터다.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김승범 VWL 소장), 서울대 연구진(강범준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와 협업했다.

①가난한 노인의 낮, 그들은 왜 선릉역으로 이동했나?의외의 장소가 나타났다. 가난한 노인이 강남 한복판 ‘선릉역’에 모이고 있었다. 70년대 지어진 고층 빌딩 밀집 장소다. 김승범 소장(건축학 박사)은 “고층 빌딩 밀집지는 가난한 노인이 없어야 하는데, 여기는 많았다. 데이터 노이즈도 아니다. 어떤 특정한 사회적 현상이 있기 전에는 모일 수 없는 곳”이라고 단언했다. 취재진은 직접 방문했다.

②가난한 노인의 밤, 그들은 왜 대학동에 정착했나?고시생들이 모여있던 관악구 대학동, 가난한 노인들은 밤이 되면 이곳을 찾는다. 각종 고시가 폐지된 뒤, 빈 고시원은 ‘값싼 월세’을 찾아 이동하는 1인 가구 중장년의 보금자리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노인촌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적 위기는 쉽게 정서적 위기로 전이된다. OECD 최고의 노인빈곤율과, OECD 최고의 노인자살률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가만히 있을 것인가?

한 젊은 빈곤 연구자(탁장한, 사회복지학 박사)는 ‘가난한 공간’을 알기 위해 서울의 대표적 쪽방촌 동자동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4계절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공개되지 않은 공식 자료와 직접 살펴봐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쪽방촌 거주자의 70%가 노인’이라는 점, 쪽방촌의 사망률은 매년 대략 5%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5% 사망률은 일반 국민 평균치(0.7%)의 7배에 달한다.

이 연구자는 “해방 전후 태어난 가난한 노인들이 다 떠나고 나면 빈곤율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들이 떠나기를 가만히 기다릴 것인가? 그것은 너무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를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