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만행’ 외국인 유튜버 못잡는 경찰에 시민들 분개

“소말리 응징하겠다”…사적 제재 환호에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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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모욕’ 美 유튜버 소말리에 시민들 공분…사적 제재 우려도[취재메타]
미국인 유튜버 조니 소말리[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춘 뒤 옷을 벗고 춤을 추는 등 만행을 일삼은 외국인 유튜버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해당 유튜버가 한국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다. 경찰은 소녀상 모욕 행위가 법 저촉 사항이 아니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화가 난 일부 시민들은 해당 유튜버를 폭행했고, 이를 본 또다른 시민들은 ‘통쾌하다’고 반응했다. 다만 이같은 사적 제재는 법적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소녀상 만행’ 유튜버 못잡는 경찰에 시민들 분개

최근 미국인 유튜버 ‘조니 소말리(Johnny Somali)’는 서울 중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춘 뒤 상의를 벗고 외설적인 춤을 추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 각종 만행을 일삼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국내의 한 편의점 테이블에서 일부러 라면 국물을 쏟고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난동을 부리거나 지하철 열차 안에서 실수인 척 음란물을 재생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이러한 행동을 일삼는 외국인 유튜버를 체포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공권력이 실종됐다”며 분개했다.

경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조니 소말리를 체포·구속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외국인 유튜버가 한국에서 온갖 불법 활동과 난동을 피우고 있는데 왜 경찰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도 “소녀상이 음란행위 대상이 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고,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자영업자 가게에 들어가 추태를 부리는 등 사건·사고를 만들어 방송에 나올 만큼 심각한 인물인데 그동안 경찰은 무얼 했느냐”고 비판했다.

다만 조니 소말리가 저지른 여러 만행들 가운데 특히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고 춤을 추는 행위는 명확한 법적 처벌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조니 소말리의 행위가 수사기관을 통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도 않은 탓에 처벌 가능 여부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다양하게 나뉘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람이 아닌 동상에 저지른 행위를 두고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면서 “만약 공개된 장소에서 그러한 행위가 음란 수준에 이르렀다면 공연음란죄 성립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는 “소녀상에 한 입맞춤 등 행위에 대해선 손괴라 볼 수도 없고,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욕도 성립될 수 없다”며 “다만 구체적 상황에 따라 경범죄처벌법상 처벌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월 소녀상 등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예술 조형물을 훼손하고 이를 이용해 모욕하는 행위를 하는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소말리 응징하겠다” 사적 제재 우려 목소리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지난 24일 만행을 일삼는 조니 소말리에게 주먹을 휘두른 남성의 사례가 알려지자 ‘통쾌하다’ ‘한국인은 참지 않는다’는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 사이에선 “직접 응징하러 가겠다”며 후원을 받고 조니 소말리를 추적하는 경우도 다수 등장했다. 다만 이 같은 사적 제재는 그에 상응한 처벌이 뒤따른다.

‘소녀상 모욕’ 美 유튜버 소말리에 시민들 공분…사적 제재 우려도[취재메타]
조니 소말리를 추적하는 유튜버[유튜브 캡처]

그동안 사적 제재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1년 말 20대 남성 김모 씨가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집에 침입해 둔기로 머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김씨는 경찰에서 “조두순의 성범죄에 분노해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적 보복을 위한 폭력을 용납할 수는 없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난 1월에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60대 구모 씨에게도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법원은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 면이 있지만, 사적 제재로서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지언 IBS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니 소말리라는 외국인 유튜버의 만행이 실정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지 여부는 수사기관에서 면밀히 따져봐야겠지만, 그렇다고 민간인들이 해당 유튜버를 추격하거나 사적 제재를 가하는 상황을 내버려두는 일 역시 사회가 혼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