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계약학과 수시 지원 40% 늘어
AI 반도체 선점 효과…“시장 상황 입시 반영”
최상위권 의과대학-계약학과 1·2위 구도는 공고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반도체 부문에서 국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를 최근 SK하이닉스가 따라잡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이들 기업의 계약학과 사이 선호가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은 전년 대비 40%가량 늘어나면서, 삼성전자 계약학과 경쟁률을 앞질렀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 경쟁률, 삼성 앞질러
29일 헤럴드경제가 종로학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 수시 모집에서 주요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에 지원한 건수는 총 1만408건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가 71.8%(7474건)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SK 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가 19.4%(2027건)이 많았다.
다만 전년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 간 수험생 선호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4학년도와 비교해 삼성전자 계약학과 수시 지원은 6992건에서 7373건으로 6.9%(482건) 늘어났다. 이에비해 SK하이닉스 계약학과는 1445건에서 2027건으로, 40.3%(582건) 증가했다.
수시 모집 경쟁률 역시 SK하이닉스 계약학과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2025학년도에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9개 학과와 협약을 맺고 수시로 315명을 선발해 경쟁률 23.73%를 기록했다. 고려대 등 3개 학과에서 72명을 선발하는 SK하이닉스 경쟁률은 28.15%다. 2024학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 수시 경쟁률은 각각 22.20%, 20.07%였는데,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학교별로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 9곳 중 5곳 지원자 수가 전년 보다 줄어들었다. 각각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는 올해 1763명이 지원해 전년 대비 206명 줄었다. 이밖에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전년 대비 98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반도체공학과는 5명, 광주과학기술원 반도체공학과는 22명,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은 80명이 각각 줄었다.
“기업 경쟁 구도 변화, 입시에도 반영”
각 대학의 계약학과들은 기업 채용을 전제로 운영돼 지원율에 업계 상황이 반영된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삼성 반도체 부문 실적을 따라잡고 있는만큼,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수험생들의 이야기다. 한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수험생은 “이번에 SK하이닉스 반도체 실적도 좋고,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독점이고, 인공지능(AI) 선두로 엔비디아랑 함께 가니 SK하이닉스 계약학과가 올해 더욱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입시 업계 역시 반도체 업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학과’하면 ‘삼성’이었던 공식이 깨진 상태”라며 “기업의 경쟁 구도 변화가 수험생의 지원 경쟁 구도에서도 올해 정시까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SK하이닉스 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AI 프로그램에 필수적인 HBM를 업계 최초로 납품하는 등 HBM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최소 2조원대 적자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상위권 ‘의대’ 선호는 공고…의대 지원은 26% 늘어
다만 수험생 최상위권 지원은 여전히 의대에 쏠린 상황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의대 수시 지원은 7만2351건으로, 전년(5만7192건)에서 26.5% 늘었다. 전국 고등학교가 1795곳임을 고려하면 한 곳당 의대 수시에만 40.3건을 지원한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계약학과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LG유플러스(숭실대 정보보호학과), LG디스플레이(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합한 지원은 총 1만408건으로 전년(9235건) 대비 12.7% 늘었다.
임 대표는 “의대와 반도체 계약학과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각각 1·2위권으로 공고하게 자리매김한 상태”라며 “다만 지원자 증가폭을 보면 차이가 크고, 의대와 계약학과를 수험생들이 동시에 쓰는 경우도 많아 계약학과 충원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