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관계정상화 추진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때문에 중단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다른 아랍국가들과의 평화를 성취하기 위해 역사적 아브라함 협정 서명과 함께 몇 년 전에 해오던 절차를 계속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바레인 등 걸프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평화를 위한 평화, 힘에서 나오는 중동 내 중요한 국가들과의 평화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국가와 다른 국가들은 우리가 우리를 공격한 자들, 즉 악의 축 이란에 우리가 가한 타격을 아주 잘 안다”며 “저들은 우리의 결의와 용기에 감동했으며 우리처럼 중동의 안정, 안전, 번영을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달 1일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달 26일 이란의 미사일 생산시설과 방공체계를 공습으로 파괴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특히 아랍권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을 넘어 중동 전체의 질서에 거대한 파급력을 지닌,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갑자기 터지면서 그대로 동력을 잃었다.
세부 이견의 조율만 남겨진 것으로 알려진 협상은 가자지구 전쟁 때문에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의 반감이 끓어오르면서 사실상 결렬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양자동맹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숙적인 이란을 견제하고 다른 아랍권과 평화로운 공존 방안을 모색할 안보 전략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를 기대해왔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수교 조건으로 미국의 공식적 안보 보장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인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독립국 인정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한 축을 이루는 현재 네타냐후 연립정권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다시 권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일어난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믿기 어려운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며 여기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도 포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