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온라인 유통시장의 정산기간 규제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거래에 기반한다. 어떠한 거래든 상품 또는 서비스 공급과 그 대가의 지급이라는 두 의무는 서로 가까운 기간 내에 이행되어야 양자 간 경제적 이익이 확보되고, 분쟁이 생길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이 명확하다.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유통거래에서도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 정산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서는 안 된다는 당위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당위론에 따라 특정한 온라인 거래의 정산기간을 단축시키는 규정을 법제화해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의도치 않은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생한 위메프와 티몬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당해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라는 점이다. 검찰은 구영배 큐텐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 대표 등이 돌려막기식 운영으로 티메프를 빈사 상태로 운영하며 온갖 위법·탈법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착취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업체든 일반 회사든 당해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 또는 파산상태라면 이를 둘러싼 수많은 채권·채무관계가 남을 수밖에 없다. 즉 현재 위메프와 티몬 사태의 본질은 지급불능이지 정산기간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길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목적도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정산기간은 부차적인 문제다.

현실적으로 직매입거래나 중개거래 그리고 위·수탁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혼재되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온라인 유통거래 혹은 특정 거래만을 가려 정산기간을 단축시키려고 규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큰 문제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상의 규정과 부정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납품업자, 특히 가짜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더 용이해질 우려가 있다. 반면 소비자의 피해구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정산기간을 단축시키는 규정을 법제화한다고 온라인 유통사업자의 지급불능 상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적으로 불안한 온라인 유통사업자들의 유동성이 막힐 수 있다. 2021년도 기준 온라인 중개거래액은 약 80조원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거래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2024년에는 100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갑작스러운 정산기한 단축으로 국내 시장에서 약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의 유동성이 악화된다면 국가경제의 위축은 물론, 경영이 어려운 또 다른 온라인 유통사업자들이 도산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온라인 유통사업자의 연쇄 도산은 연쇄적인 납품업자들의 손해와 소비자들의 피해로 직결돼 유통 생태계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그렇다고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플랫폼에만 정산기간 단축을 규정화한다고 부작용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경우 납품업자가 대형 플랫폼과의 거래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중소플랫폼 혹은 신규 창업플랫폼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오히려 해외의 대형 플랫폼이 국내 시장으로 진입할 기회가 더 커지게 된다.

법률 규정의 제·개정을 추진하는 경우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읽고, 다양한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