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쏜 프레디 프리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5살때부터 꿈꿨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프리먼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키스와 월드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프리먼은 복잡한 심경으로 타석에 들어가야 했다.
다저스는 1사 1, 2루에서 믿었던 1번 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고, 양키스는 기다렸다는 듯 2번 타자 무키 베츠를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 모든 베이스를 채웠다.
왼손 투수 네스터 코르테스로 포스트시즌 침묵을 이어가던 좌타자 프리먼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작전이다.
프리먼은 스윙 한 번으로 양키스 벤치에 침묵을, 다저스 벤치에 '도파민 폭탄'을 투하했다.
프리먼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5살 때 두 형과 함께 뒷마당에서 야구할 때부터 '월드시리즈, 투아웃, 주자 만루' 시나리오를 꿈꿨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시리즈 첫 경기를 잡았으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기뻐했다.
프리먼은 지난달 말 발목을 다쳐 가을야구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투혼을 발휘해 경기 출전을 강행했지만, 만루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활약은 신통찮았다.
양키스 벤치가 10회 2사 2, 3루에서 고의 볼넷 작전을 선택한 것도 프리먼의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프리먼은 마치 1988년 월드시리즈에서 팀 선배 커크 깁슨이 발목 부상에도 대타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것처럼,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프리먼은 "이 테이블을 뛰어다니며 여러분 모두에게 태클하고 싶다. 그만큼 기쁘고, 오늘 밤에는 잠들기 어려울 것 같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100년이 훌쩍 넘는 월드시리즈 역사상 끝내기 만루 홈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먼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야구라는 종목에서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는 건 특별한 일"이라며 "1차전에서 승리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우승까지) 3경기가 더 남았다"고 했다.
프리먼은 자기에게 야구라는 종목을 알려주고, 배트 쥐는 법을 가르쳐준 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홈런을 친 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에게 인사했던 프리먼은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타격 연습을 시켜줬다. 내 스윙은 아버지 덕분이고, 아버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내게 타격 연습을 안 시켰다면,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나는 없을 것"이라고 헌사를 남겼다.
이날 다저 스타디움에는 5만2천394명이 가득 들어차 경기 내내 엄청난 에너지를 뿜었다.
프리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뛰던) 2013년 다저 스타디움에 상대 팀으로 와서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후안 우리베에게 맞은 홈런은 아직도 기억난다"며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매 경기 5만명이 넘는 관중이 보내주신 사랑은 감사할 뿐"이라고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