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서 “비대면 진료 제외 필요”

비만학회도 “비만환자만 사용해야”

“위고비, 오남용하면 치명적 부작용”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지난 15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비대면 진료를 통한 다이어트약 처방 남발 등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글로벌 셀럽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다이어트약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위고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GLP-1 수용체 효능제 기반의 치료제다. 대표적인 임상 연구인 STEP에 따르면, 위고비를 사용한 환자는 평균 체중의 약 14.9%를 감량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기존 GLP-1 기반 치료제인 ‘삭센다’의 평균 체중 감량률인 약 8%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다.

하지만 좀 뚱뚱하다고 무조건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고비는 비만의 기준을 정하는 환자의 BMI(체질량지수)에 따라 처방이 결정된다. 위고비는 BMI가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이고 고혈압, 제2형 당뇨 같은 관련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이는 위고비가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심각한 건강 위험을 동반한 고도 비만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로 소문이 나자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비대면진료를 활용한 각종 온라인사이트에서 불법처방 사례가 나타나고있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위고비의 인기만큼 비대면 진료 악용 사례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인 집중 모니터링 단속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겠느냐”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는 원하는 진료 과목을 선택한 뒤, 주민등록번호, 진료 희망 시간, 증상 등을 입력해 제출하면, 선택한 시간대에 의사에게 진료 상담 전화가 연결되어 비교적 손쉽게 처방전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위고비와 삭센다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다이어트 의약품을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고 구매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이어트약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로 떠오르고 있다.

위고비를 포함한 다이어트약은 비급여 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 자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로 보고되지 않아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대한약사회가 1142명의 약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대면 진료에서 비급여의약품으로 조제되는 처방 비율이 57.2%에 달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비만학회도 위고비에 대해 보건당국이 엄격한 관리를 해줄 것을 요청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입수해 유통거래 하는 일이 발생해 국내 출시 첫 주 만에 오남용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학회는 “위고비 등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약물은 비만병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서 만들어진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이 약물의 치료 대상자는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고비는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흔한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 변비, 설사, 복부팽만감 등이 발생할 수 있 다”고 경고했다.

김태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