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엔진인 수출마저 위축’ 동력 잃은 韓경제

당초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4% 달성하려면

4분기 GDP 1.2% 점프해야…사실상 불가능

성장률 눈높이, 8월 이어 11월에 또 낮아진다

믿었던 수출마저 성장 주저 앉혔다…올 성장률 전망 하향 예고
서울 중구 한국은행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3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0.1% 성장하며 가까스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순수출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가깝게 끌어내렸다. 앞으로의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주요국 경기나 글로벌 교역여건 등 수출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내수는 일부 회복했으나, 건설투자가 부진하고 설비투자도 기업 경기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목표치는 다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종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4% 달성을 위해선 4분기에만 1.2%의 높은 성장이 나타나야 하는데, 사실상 힘들다는 평가다. 한은은 앞서 8월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0.1%포인트 하향해 2.4%로 수정했다.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재차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까지 위축, 2분기 때보다 상황 더 안 좋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결과에 따르면 순수출은 3분기 경제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 내렸다. 지난 2분기(-0.1%포인트) 보다 순수출이 성장률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졌다. 수출 자체가 위축했기 때문이다.

2분기 땐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이 어쨌든 성장률 상방요인(0.5%포인트)으로 작용했다. 공제 항목인 ‘재화와 서비스 수입’의 영향(0.6%포인트)이 더 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순수출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건강한 하방요인이었다. 수입이 늘어났다는 건 순수출 항목에선 악재로 작용하지만, 국내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단 방증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었던 수출마저 성장 주저 앉혔다…올 성장률 전망 하향 예고

그런데 3분기 땐 양상이 달랐다. 수입이 미치는 영향은 0.6%포인트로 2분기와 같았으나, 수출이 미치는 영향(-0.2%포인트)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3분기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4% 감소했다. 수입은 기계 및 장비 등이 늘어 1.5% 증가했다.

불안한 수출 흐름은 경상수지 통계에서도 일부 엿볼 수 있다.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66억달러 흑자로 집계됐지만, 그 규모는 지난 6월(125억6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7월(89억7000만달러)보다도 24억달러나 줄었다.

수출 경로 불확실…앞으로도 쉽지 않아

한은은 3분기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자동차 파업과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의 수출 감소를 꼽았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율도 2분기만 못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완성차 부품업체들의 파업이 있었고, 시설 보수 공사도 있어 수출 물량 기준으로 감소했다”면서 “다행히 해당 요인들은 3분기 내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당장 수출 경기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나 미국의 대선 이후 상황 등 주요국의 경제상황을 비롯해 IT 사이클, 글로벌 교역조건 변화 등에 대한 종합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 국장은 “수출과 관련된 부분은 몇분기 더 지켜보면서 수출 경기가 꺾인 건지 조정 과정이 길어진 건지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수출 경기 자체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으나 증가세는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했지만, 만회 역부족

내수가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소비와 투자로 구성된 내수 항목은 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 올렸다. 3분기 성장률 예상치였던 0.5% 달성을 위해선 내수 기여도가 1.3%포인트에 달했어야 했으나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3분기 성장률은 예상치의 5분의 1인 0.1%에 그쳤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0.2%포인트, 정부소비가 0.1%포인트 성장률 상방요인으로 작용했다. 설비투자도 0.6%포인트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건설투자는 -0.4%포인트를 기록하면서 내수 부문 중 유일하게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2분기 -0.3%포인트에 이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도다.

신승철 국장도 “내수를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전반적인 내수 흐름은 물가부담도 완화되고 금리도 낮아지면서 소비나 투자 쪽에 도움이 되는 여건으로 형성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4분기 1.2% 성장해야 올 성장률 달성…11월 하향 예고

3분기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면서 올해 성장률 눈높이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3분기 전기대비 0.5%, 전년동기대비 2.0% 성장을 예측했다. 그러나 전기비 성장률은 0%에 근접했고,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다. 이미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낮췄는데, 11월 또다시 전망치를 조정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1.2% 정도를 기록해야 연간 성장률이 2.4%를 달성할 수 있다”며 “단순히 산술적으로 생각하면 2.4% 전망치를 달성하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까지 면밀 체크해 다음 달 전망할 때 조정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