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소식에 학원가 마케팅 성행

“독서논술, 한강 수업으로 대비” 홍보

학교 도서관은 외면…서초구 꼴찌 수준

교육청 “독서 관련 예산 줄어 운영 차질”

韓 최초 노벨문학상에 학원가 ‘한강 마케팅’ 열풍…정작 강남 3구 도서관 이용은 ‘바닥’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사실이 알려진 이튿날인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강 작가 독서·논술 수업, 11월 개강합니다.” 수도권의 한 소규모 국어 학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초등학생 위주로 운영되는 이 학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관 등을 다루는 수업을 이 학원 관계자는 “한강 작가를 거론한 게시물을 보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사교육 시장에선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성행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도서관 이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학군지로 묶이는 ‘강남 3학군’의 초등학생들은 서울에서도 가장 낮은 도서관 이용률을 보였다.

‘한강’ 열풍에 신난 학원가

최근 학원가에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의 작품들을 수업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의 경우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독서·논술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생 대상으로는 입시에 대비해 수능 국어 영역 혹은 수시 논술 대비를 강조한다.

분당의 한 독서논술 학원은 최근 한강 작가의 작품을 수업 커리큘럼에 추가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초등학생의 독서 습관 형성을 돕는다는 이 학원은 독서 후, 독서 능력 진단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학원은 “한국어는 아이 인생의 전반적인 수준을 좌지우지하는 도구”라고 홍보했다.

실제로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선 독서논술 혹은 문해력 수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급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2010년 스마트폰 보급 이후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학원이 늘고, 수능 영어 영역 절대평가 전환 이후 국어가 변별력 과목으로 떠오르며 입시 학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조기 영어 교육 역시 국어 학원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강남의 한 논술학원 원장은 “한글을 떼기 전에 영어부터 배우면서, 정작 초등학교 진학 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논술학원에 등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외면 받는 학교 도서관…서초구 ‘꼴찌’ 수준 이용률

韓 최초 노벨문학상에 학원가 ‘한강 마케팅’ 열풍…정작 강남 3구 도서관 이용은 ‘바닥’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 자료 재구성.

정작 공교육 현장의 도서관은 학생들의 관심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특히 최대 학군지인 강남 일대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헤럴드경제가 ‘학교알리미’를 통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초등학교 도서관 1인당 대출 자료 수를 분석한 결과, 강남 3구는 ▷서초 22.8권 ▷강남 26.5권 ▷송파 28.4권 순으로 낮았다. 순위로 보면 각각 뒤에서 2번째, 9번째, 13번째 수준이다. 용산은 1인당 대출 자료가 45.8권으로 가장 많았는데, 서초와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실제로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도서관 이용도 낮다는 게 교사들의 이야기다. 강남에 위치한 전교생 450여명 규모의 포이초등학교 도서관은 최근 5·6학년 대상 방학 독서캠프 프로그램을 열었지만, 신청자가 1명에 그쳤다. 포이초는 오후 4시30분까지 도서관을 운영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도서관에 머무르는 학생은 10명을 넘긴 적이 없다.

배이솔 포이초 사서 교사는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열어도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현저히 낮다”며 “도서관은 방과 후 학원에 가기 전까지 잠시 머무르는 공간 정도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예산 줄어 도서관 활성화 어려워”

韓 최초 노벨문학상에 학원가 ‘한강 마케팅’ 열풍…정작 강남 3구 도서관 이용은 ‘바닥’
[챗GPT 제작 이미지]

교육청에선 예산 문제로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장려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환경 관련 예산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투자하는 비중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각 교육청들은 조례를 통해 학교 운영비의 3%를 도서관 자료 구입에 쓰도록 하고 있는데, 권고 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수도권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하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도서관 자료 구입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학교는 33곳인데, 대부분은 시군구 등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였다. 한 비수도권 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학교에 도서관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전담인력 배치를 하지 않아 관리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