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이자 부담도 어렵다” 기업 이자보상비율 역대 최저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익성까지 떨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주요 성장성·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2023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93만5597개)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191.1%를 기록했다.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다. 2022년(348.6%)보다 157.5%포인트 급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수 비중은 지난해 기준 42.3%를 기록했다. 2022년과 같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의 기업 비중은 2022년 34.2%에서 지난해 30.5%로 줄었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이자보상비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주요 대기업이나 주요 업종에서의 수익성 지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자보상비율의 보조지표인 수정 영업자산이익률 역시 2022년 3.8%에서 지난해 1.8%로 크게 하락했다.

수정 영업자산이익률은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금액을 영업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비용이 0인 경우 이자보상비율은 정의되지 않지만, 수정 영업자산이익률은 산출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수정 영업자산이익률 0% 미만(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큼) 기업 수 비중은 47.8%로, 2022년 47.4%보다 소폭 상승했다.

강 팀장은 "이자비용이 0인 기업의 경우 이자보상비율은 산출할 수 없는데, 수정 영업자산이익률은 산출할 수 있다"며 "이자비용이 0인 기업은 대부분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경우가 많아 수정 영업자산이익률 기준 취약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2022년보다 나빠졌다.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15.1%에서 -1.5%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 2010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2022년 4.5%에서 지난해 3.5%로 하락했다. 역시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낮았다.

안정성 지표는 엇갈렸다. 부채비율은 2022년 122.3%에서 120.8%로 하락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31.3%에서 31.4%로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