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편입’ 재편안 재추진

합병 비율 높인 ‘승부수’ 주목

“에너빌, 원전 투자 여력 확보”

“두산밥캣-로보틱스, 2030년 5000억 시너지”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서울시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한차례 주주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에 부딪쳤던 사업 재편안이 순항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을 높인 것이 주주들을 만족시킬지 주목된다.

이번에 재추진하는 사업 재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의 모회사가 될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즉, 밥캣이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핵심은 재산정된 합병 비율이다. 앞서 두산은 지난 7월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하며 밥캣을 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밥캣 저평가 논란’ 등에 휩싸이며 8월 말 이를 철회했다.

두산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재편안 재추진을 발표하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두산밥캣 모회사)의 합병 비율을 1대 0.043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보다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주주들이 보유하게 되는 주식 가치는 지난 7월11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

특히, 연간 1조원의 흑자를 내는 ‘알짜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몸값’을 기존안보다 높였다. 이를 위해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법인-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했다.

추가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주주 환원, 배당 확대 등에 대해 지금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사회나 절차 통해 계획을 짜면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도 “이번 개편이 끝나면 에너빌리티 주주님들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며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가치가 상승하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번 재편안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밥캣 분할로 약 70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고 원전 관련 설비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의 경우 총 10기 수주를,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는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한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서 북미·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밥캣과 로보틱스간 시너지는 단기적으로 당장 매출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2026년 1000억원, 2030년 5000억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스캇 박 부회장 역시 “(로보틱스와 밥캣이) 모회사-자회사가 되면 다양한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