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피해자 지원 ‘반토막’
구제 피해자, 전체의 0.54% 수준
높은 수수료에도 사설업체에 의존
고금리 장기화로 제도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불법 사금융 이용자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이 정부로부터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무자대리인 선임 지원 제도 실적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중에서도 소송 등 실질적 법률 서비스가 제공된 비중은 전체 1%도 채 되지 않았다.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가 사실상 불법사금융 피해 회복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4면
▶불법사채 피해 1년 새 26%↑...지원 실적은 뚝↓=22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금융위원회 ‘채무자대리인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을 받은 피해자 수는 1282명으로 집계됐다. 2021명 4841명에 달했던 지원 수는 ▷2022년 4511명 ▷2023년 3249명 등으로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 보면 최근 3년 새 약 47%가량 실적이 감소한 셈이다.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2019년부터 시행된 채무자대리인 무료 선임 지원 서비스는 불법 추심 등에 시달리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를 무료로 연결한다. 이들은 채무자를 대신해 전화 대응 등 추심과정 일체를 대리한다. 아울러 최고금리 위반 등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 소송 등 피해 구제를 지원한다.
제도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현상이 이어지며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불법 사금융 이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1만3751건으로 2022년(1만913건)과 비교해 26%(2838건) 증가했다. 해당 수치는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위원회는 최근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의 대상 범위를 채무자의 가족·지인 등으로 넓히는 등 수혜자 확대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를 찾는 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지원 실적이 유지될 경우, 수혜자는 2500명 수준으로 2019년(919명)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 지원 올해 ‘7건’...사설 업체 찾는 피해자들=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가 무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자대리인으로 선임된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들은 대부분 채권자에게 단순 추심 대리를 통보하는 수준의 조치만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금리 수취 등에 대한 협상 등 실질적 구제 조치를 이행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법정최고금리 초과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본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대리한 건수는 7건에 불과하다. 소송 전 구조 조치를 이행한 경우는 0건에 해당한다. 전체 지원 건수가 1282건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0.54%의 피해자들만 적극적 조치를 지원받은 셈이다.
정부 제도의 수혜자가 줄어드는 반면, 피해 구제를 위해 사설 채무정리 컨설팅 업체를 찾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업체를 찾아 불법사금융 추심 해결 등을 맡기고 있다. 문제는 수수료만 수취하는 사기 업체들이 늘어나며,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거다. 금융감독원 또한 지난 9월 수수료를 요구하는 솔루션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에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의원은 “불법추심으로 고통받는 서민과 취약계층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도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피해자들이 본질적이고 실효성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우·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