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생 100여명, 21일 서울대 의대 앞 시위
“민주주의 근간 흔들고, 역사에 큰 오점 남길 발언”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교육부가 서울대를 대상으로 고강도 감사를 실시한 것에 대해 ‘보복성 감사’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육부는 최근 서울대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에 대해 ‘휴학 승인’을 한 사실이 확인되자 감사를 벌인 바 있다.
김민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은 21일 오후 3시께 서울대 의대 입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장상윤 사회 수석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휴학은 정당하지 않다고 규정했다”라며 “의무 교육이 아닌 대학 교육을 강제로 시키겠다는 발언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자 대한민국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휴학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라는 질의에 “휴학에 대한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역시 “휴학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정부가 학업을 쉬라고 하면 쉬어야 하고, 계속하라고 하면 계속 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언제부터 대학생의 휴학 사유를 심사하고 정당성을 판단했느냐. 오직 정치적 압박을 목적으로만 하는 교육부의 감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호 장관의 ‘휴학에 대한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는 발언은 황당한 궤변”이라며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 학생회장은 “교육부는 감사 과정 중에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모조리 회수해 갔다”라며 “지난 국회에서 의과대학 배정위원회의 회의록과 명단 제출을 거부했는데, 행정 관료들의 정보는 보호받아야 하고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소홀히 다뤄도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학 규제 제로화’를 외치던 윤 대통령은 어디에 있느냐”라며 “정부가 정권을 지키고자 자유와 공정, 정의를 외면하더라도 학생의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똑바로 마주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휴학한 또다른 의대생도 발언대에 올라 “모두가 알 듯 의학교육에는 영구적 손상이 발생 해버렸다. 교육부의 개정령처럼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외치던 자유와 공정 이 두 글자만 지킨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지킨 휴학계를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탄압에 대한 교육부장관의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면, 저희도 교실과 졸업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학생들은 ‘개인정보 훔쳐가는 강압감사 규탄한다’, ‘폭력적인 강압감사 학생인권 보장하라’, ‘의학교육 후퇴하는 의평원 무력화가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의대 학생들의 올해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서울대 본부 측에 통지했다. 교육부가 동맹휴학이 휴학 승인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그간 대학들은 학생들의 휴학계를 처리하지 않았다. 동맹휴학을 받아들인 것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이를 두고 ‘동맹휴학은 휴학의 적법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견지하던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