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이후 ‘독서 모임·인증’ 활발

독후감 쓰고, 25만원 내는데도 독서모임 꽉 차

“무겁고 어려운 한강 작품, 타인 의견 들을 기회”

품귀 현상에 도서관에서도 한강 책 대여 열풍

‘한강의 기적?’…독서 모임·글쓰기 인증 ‘열풍’
21일 한강 작가 작품을 모여서 읽기 위한 독서 모임이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트레바리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한강 작가 대표작을 함께 읽고 싶은데, 책 구하는 것부터 일이네요.”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김모(31) 씨의 말이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독서 모임과 글쓰기 인증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한강 책 읽기’만 읽고 모이는 모임은 25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함에도 마감되기도 했다.

독서 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에서는 최근 한강의 대표작 4권을 읽는 독서 모임을 신규 개설했다. 이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4개월에 25만원을 지불해야하는데, 17명 정원 모집이 마감됐다. 이 모임을 ‘찜’ 해둔 이는 50명이 넘는다. 트레바리 통계에 따르면 이 모임은 다른 독서 모임보다 신규 참여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독서 모임 참여자들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까지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모 씨는 “한강 소설가의 작품의 경우 조금 무겁고 어려운 분위기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해석에 대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단 생각에 두근거린다”라고 말했다.

독서 모임에 참여한 박모(28) 씨는 “혼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 또는 내가 좋게 읽었던 문단들을 공유하고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의미있다”라며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날 수 있어서 독서 모임 여러개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강의 기적’을 꿈꾸며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B씨는 “웹소설이라도 써보고 싶어서 글쓰기 모임을 구했다”라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소설 쓰기에 입문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강 저서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책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강동구에서 중소 서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한강 작가 책 재고가 들어오면 바로바로 나가는 형국”이라며 “재고 알림 신청도 이렇게 많이 들어온 일은 처음 본다”라고 했다.

교보문고 한강 작가 도서 판매 이달말까지 한시적 제한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

도서관에서도 한강 저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전국 공공 도서관의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한강 작가의 저서를 대출한 사례는 총 1만1356건”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공공 도서관 1499곳에 소장된 한강의 작품 20종을 살펴본 결과다.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기 전인 10월 5∼9일 닷새간 공공 도서관에서 한강의 책을 대출한 사례는 총 805건이었으나, 10∼14일에는 1만1356건으로 1310% 늘었다. 수상 전과 비교하면 약 14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강이 운영하는 독립 서점은 ‘인증샷 성지’가 됐다. 한강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은 서촌 한옥마을 일대의 ‘핫플레이스’화 됐다. 백화점도 독서 수요에 발맞춰 관련 강좌를 개최를 연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채식주의자 외 기존 문학 작품 소개와 해설’ 강좌를 연다. 롯데백화점역시 겨울 학기 문화센터에서 독서모임과 북토크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부도 한강 신드롬이 이어지도록 힘쓸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한국 문학 해외 진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 개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근 한국문학번역원 본부장은 “제2, 제3의 한강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