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북·러 조약 때도 검토…대러 관계 고려 신중론도

정부,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정부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결정과 관련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자제해왔던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대규모로 지상군 병력을 보내기로 결정해 정부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포탄 등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와 관계가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내 신중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가정보원 핵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북·러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며 "북한 특수부대 참전을 확인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특수작전군 산하 정예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 예하 4개 여단 소속 병력 1만2여명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특수부대원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고,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방독면과 의약품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를 지원한 반면,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살상무기를 대량으로 지원해왔다.

한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155㎜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 공식적인 사실로 확인된 적은 없었다.

지난 6월 19일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사실상 군사동맹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내용 공개됐을 때, 장호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살상무기 지원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한러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월 26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한·러 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군 대규모 파병을 계기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재차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그런 문제(살상무기 지원)까지 (정부가)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렇게까지 간다고 단정적으로는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정부로서는 러시아와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야당도 분쟁 지역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강국인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인공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면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당장 살상무기 지원을 결정하기보다는 미국, 일본 등과 연계해 북한의 파병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독자 및 공동 제재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차원보다는 유사 입장국끼리 성명을 내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