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주택 거래 시장이 여전히 침체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매 거래는 급감했고, 전세를 찾는 수요도 예년에 비해 감소하면서 가을 이사철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0.47%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이어진 8개월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9월 들어 빠르게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8987건을 기록하며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9월은 신고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재 2730건에 그쳤다.
7월은 물론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한 8월(6288건)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10월 거래량도 현재까지 722건 신고에 그쳐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에 있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며 대출 한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중은행이 1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면서 돈 빌리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매수심리는 더 얼어붙는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하 후 최근 열흘간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주담대 금리를 더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은 더 높아졌다.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총 8만6934건으로 지난 11일(8만5019건) 기준금리 인하 이후 2.2%가 증가했다. 전국 시도 중 매물 증가 폭이 1위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기 직전인 8월 말(8만545건)에 비해선 7.9%가 늘어 전남(8.2%)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는 전세시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아예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전세 갈아타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수요와 겨울 신학기 수요들이 움직여야 하는 시기에 신규 전세는 거래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전월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아실 집계 결과,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4만9099건으로, 5만 건에 육박했다. 불과 보름 전(4만3842건)에 비해 11.9% 늘어난 것으로 전국에서 매물 증가 폭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