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임원 24% 감축
실적 부진 계열사 쇄신 폭 커질듯
금감원장 “주주 설득 노력” 평가
올해 초부터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중인 SK그룹이 본격적인 인적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건설계열사 SK에코플랜트가 임원의 24% 가량을 줄인 가운데 그룹 안팎에서는 그룹 전체의 임원 인사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법인의 인사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전날 반도체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조직’을 신설하고 에너지 환경분야 조직을 개편하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1명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 6월말 기준 SK에코플랜트 전체 임원은 66명으로, 약 24%가 줄어든 것이다.
재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임원 감축을 ‘SK 리밸런싱 인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주요 계열사에 임원 감축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임원 감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SK온은 올해 초 이미 13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으며, 최근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흡수합병을 앞두고 희망퇴직, 자기개발 무급휴직 프로그램 등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 역시 사내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아’ 격려금 규모를 최대 3억원으로 높여 희망퇴직을 유도하는가 하면, SK하이닉스 자회사 SK키파운드리도 창사 이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리밸런싱을 단행하고 있는 만큼 일부 계열사에서는 임원 규모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계열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모든 계열사의 임원 규모를 20% 이상 감축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로서 SK그룹의 인사는 예년과 같은 12월 초로 예상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법인의 경우 다음달 1일 출범을 앞둔 만큼 임원 인사 역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미 고위급 임원들에게는 합병 법인 출범 후 거취에 대한 통보가 이뤄졌다는 전언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SK ‘리밸런싱’의 핵심 작업으로,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룹의 구조조정은 그 사정을 제일 잘 아는 그룹에서 판단했기 때문에 각 경영진의 의사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며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이익들을 주주들에게 적절히 나눠주려는 의도가 있었느냐에 대한 설득 문제에서 SK는 일부 미진한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관련된 노력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SK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리밸런싱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그런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보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며 “다양한 그룹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남아있는데 5~10년 내 정리가 안되면 향후 산업 재편이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계열사별 임원인사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CEO 세미나’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윤희·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