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농심 주가가 기로에 섰다.

농심 주가는 지난 10일 뒷걸음질친 실적을 발표한 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농심은 2014년 영업이익이 7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줄었으며 당기순이익도 645억원으로 같은기간 25.8% 급감했다.

라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농심은 견고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했다. 경기방어주로서의 매력까지 더해지며 2013년 상반기 36만원선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 주가는 가장 확실한 상승동력이었던 라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조금만 흔들려도 출렁였다. 2013년 3분기 라면 점유율이 오뚜기나 팔도 등 경쟁사의 판촉 강화에 밀려 65%아래로 내려오자 주가도 급락했다. 70%를 넘길 것이란 기대가 오히려 실망감으로 바뀐 것이다.

해가 바뀌자 상황은 급변했다. 2014년 들어서자마자 석달 간 25%나 급등했다. 라면 가격 상승 가능성에 투자자가 몰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기대감이 더해졌다. 그러나 그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이 60% 초반대까지 떨어지자 주가는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한 기업이 흔들릴 때 얼마나 방어 해낼 수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주가는 디레이팅(de-rating)될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가 대표적이다.

1996년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뒤 2010년까지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하이트진로는 맥주의 절대강자였다. 그러나 경쟁사 오비맥주 ‘카스’에 자리를 뺏기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지난해 ‘뉴 하이트’로 반격에 나섰지만 아직 주가는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의 예는 오리온이다. 오리온 주가는 중국시장에서의 뛰어난 실적을 발판 삼아 ‘황제주’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4월 8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해외 법인 매출 증가율이 회복되자 주가도 안정적으로 상승흐름을 탔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 모두 2015년 외형과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며 “국내 음식료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 역시 해외 진출 모멘텀이 있다. 실제 농심 주가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단 소식에 지난 5일 6% 이상 뛰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의 속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음식료 기업의 경우 진출 초기 유통 채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며 “실제 수요가 늘어나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