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얻고 업무를 처리하고 여가를 즐기는 시대에, 적어도 일정액의 비용을 치르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일종의 권리처럼 여겨진다. 슈퍼 와이파이(super Wi-Fi)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무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슈퍼 와이파이는 지상파 채널 주파수 사이에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 지역을 이용, 기존 와이파이보다 도달거리와 면적을 향상시킨 기술을 의미한다. 2010년 9월 23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로 불리는 이 구간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화이트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슈퍼 와이파이는 기존 와이파이보다 신호 도달거리는 3배, 건물 투과율이 9배에 달한다. 도달범위 면적이 16배 넓다.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에서도 사각지대 없이 하나의 무선랜 핫스폿을 구축할 수 있다. 댄 리드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슈퍼 와이파이를 구축할 경우, 수천 개의 라우터를 구축하는 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슈퍼 와이파이 구축에 대한 준비는 진행돼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 슈퍼 와이파이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무선설비 규칙과 주파수 분배표’ 개정안을 내놨다. 470~698㎒ 대역의 주파수를 무선기기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슈퍼 와이파이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18대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이 작년 말로 아날로그 TV시대가 종료되면서 비는 TV채널 유휴 대역을 무료로 통신에 사용해 슈퍼 와이파이 전국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망을 무료로 시민에 개방하면 15만원 정도 되는 가계통신비가 10만원 이하로 줄어든다는 논리였다.
“TV 주파수를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디지털 방송 전환 후 지상파TV를 시청할 수 없는 지역을 연결하는 소형 송ㆍ중계기용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방송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없는 ‘공짜 와이파이’가 가능하다는 말에 시민들의 관심이 주목됐다.
그러나 사실상 현재 한국에서 슈퍼 와이파이 정책은 표류 중이다. 지난 3일 작성된 여야 정부조직법 합의문에 따르면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로,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ㆍ재분배 심의 권한은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로 나눠지면서 방송용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개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