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한 대다. 휴대폰 액정화면으로 보는 세상, 5인치의 상상력이 영화 관람뿐 아니라 영화제작의 개념을 바꿨다. 이제 단순히 극장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일 뿐 아니라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때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스마트폰영화제. 개막(4월 17일~20일)을 앞두고 지난 2월 한 달간 경쟁부문 출품작을 공모했다. 참가자격은 제한없고, “장르에 구분없이 상상과 도전으로 가득찬,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10분 이내 영화”라는 출품작 조건만 만족시키면 됐다. 결과는 스마트폰 영화야말로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만인의 영화’라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제 3회 올레국제스마트폰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작품 접수 마감결과, 국내경쟁, 해외경쟁, 청소년경쟁 등 3개 부문에 총 730편이 공모됐다. 초등학교 4학년인 10세 소녀부터 57세의 전업주부까지 작품을 내놨다. 대기업 회사원이 있는가 하면 공무원, 기자, 의사, 교사, 무협소설가, 미용사, 인디 뮤지션, 배우, 군인, 만화가, 주부까지 경쟁자들의 직업도 다양했다. 차라리 영화학도와 현직 영화 스태프가 가장 ‘이색적인’ 참가자라 할 만했다. 스마트폰 영화 앞에서 성, 연령, 학력, 재산, 인종, 국적의 구분은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스펙’에 불문하고 도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가 스마트폰 영화 만들기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인구 3000만명 시대에 걸맞게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참가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회 때는 470편이 공모됐으며 2회 때는 600편을 기록했고, 이번에는 전회보다 130편이 늘었다. 영화제 사무국은 “1, 2회 때보다 대학생들의 참여가 줄고 직업군이 훨씬 다양해졌으며 출품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영화제 측은 지난해까지 일반 경쟁부문에 통합돼 있던 청소년경쟁 부문을 독립시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청소년 출품자가 2.5배가량 증가해 총 130편이 접수됐다. 이들은 학교 폭력과 왕따, 인터넷 중독, 부모와의 관계, 남녀 간의 사랑 등 일상적인 문제뿐 아니라 교육제도, 물질만능, 외모지상주의, 에너지 고갈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청소년들은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영화의 관객일 뿐 아니라 창작자로서 내일을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점에서 영화제 측은 무척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영화는 더 이상 특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우리 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없는’ 영화제”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스마트폰은 영화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벽을 허물고, 문화에 내재한 권력을 허무는 중요한 매체가 되고 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