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의 스마트폰 강국 대한민국. 과연 ‘정보기술(IT) 강국’다운 면모다. 하지만 과연 스마트폰이 소통을 돕는 순작용만 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오순도순 가족 간에 나누던 대화를 스마트폰 채팅이 대신하게 됐다. 또 직장 동료가 모인 점심시간에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서로 대화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낯선 모습이 아니다. 또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은 옛 풍경이 돼버렸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제각각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에 바쁘다.

은행원 전영욱(가명ㆍ32) 씨는 “요즘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을 보면 철저히 개인은 개인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에서 업무 지시도 때로는 카카오톡으로 받을 때가 많고, 서로 얼굴을 보며 하는 대화는 줄어 서먹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6세 아들을 둔 직장인 권동준(가명ㆍ34) 씨는 “요즘 아들이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푹 빠진 모습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이 칭얼댈 때 스마트폰을 쥐어주며 달래려는 부모가 무책임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강북지역의 중학교 교사인 이충열(가명ㆍ33) 씨는 “학교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운을 뗐다.

비록 이 씨의 학교는 등교 때 스마트폰을 일제히 수거해 하교 때 나눠주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아예 이런 규제가 없는 학교도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물론 학생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도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터라 수업과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마트폰으로 인한 정보격차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을 강조하며 QR코드 등을 이용한 교육자료가 많이 나오지만 하드웨어적 지원은 전무해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수업을 따라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단팅(단체채팅)’ 혹은 ‘반팅(학급채팅)’을 통해 교사가 학생에게 과제를 지시하는 경우도 일상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마트폰을 갖지 못한 학생의 소외감과 박탈감에 대해 이 씨는 우려했다.

그는 “중학생의 경우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이 반마다 10~20%에 달한다”며 “스마트폰 활성화 교육도 좋지만 하드웨어로 인한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아날로그적인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택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시공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신속하게 응답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중독성이 스마트폰의 특성”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소통은 논리보다 감각적인 소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통방식은 깊숙한 사고 없이 재빠른 소통에만 익숙하기 때문에 오해나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거나 구설에 오르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 교수는 “스마트폰 시대의 소통방식이 사회구성원 간 보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개발원 팀장은 “스마트폰은 철저히 개인용이라 모니터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올바른 사용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학생의 주된 소통 통로가 되면서 쫓기듯 집착하게 되고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배 팀장은 “이러한 소통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면 오프라인의 관계에 몰입하지 못하고 관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문명의 이기는 역기능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쓰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연령대에 따른 교육과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