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외국인의 매도폭격에 삼성전자가 11일 오전 장중 140만원선 마저 무너졌다. 연중 최저 수준이다. 종가 기준으로 140만원을 하회한 것은 작년 11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대장주 삼성전자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시장의 실적 전망은 무의미해졌다.

투매의 한 가운데는 외국인이 자리한다. 대체 어떤 세력이, 왜, 언제까지 팔 것인지에 시장은 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이 10일까지 지난 3거래일간에만 쏟아낸 삼성전자 매물이 63만주에 달한다. 11일에도 장 시작과 함께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특히 외국계는 삼성전자에 대해 여전히 매수 의견을 내면서도 정작 창구에서는 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여러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①단지 JP모간 리포트 탓?=1차적으로 지목된 원인은 삼성전자 주가가 6.18% 급락한 지난 7일 나온 JP모간의 삼성전자 리포트다. JP모간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4 매출의 예상밖 부진을 예상하며 목표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낮췄다.

<집중분석>삼성전자 외국인 매도를 둘러싼 3가지 의문 증폭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단순히 ‘리포트 쇼크’로 원인을 돌리기에는 매도량이 막대한 데다 외국인의 매도패턴도 뒷배경이 의심쩍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JP모간의 리포트가 나온 지난 7일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개별종목 매도 뿐 아니라 삼성전자 선물의 매도, 공매도까지 삼성전자와 연관돼 팔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팔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의 공매도 수량은 7만8446주로, 최근 한달여간 공매도 평균 수량의 5~6배 수준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0일부터 삼성전자 대차잔고가 증가세였고, 이는 이때부터 누군가는 삼성전자를 팔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7일 현물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 선물도 평소 200계약의 6배 가까이 늘어난 1200계약이 외국인에 의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②외국계 ‘매수’ 의견에 투매 왜?=JP모간 외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보고서는 모두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다. 그럼에도 외국계 창구를 통해 집중적으로 매도물량이 계속 쏟아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투기적 세력’의 개입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중분석>삼성전자 외국인 매도를 둘러싼 3가지 의문 증폭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급락은 비정상적 주가 움직임이며 분별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주가 급락은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UBS와 도이치뱅크도 갤럭시S4 판매가 예상치를 밑돌더라도 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밝히며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고수했다.

외국인이 글로벌IB의 리포트 때문에 삼성전자를 판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정 창구에 매도물량이 집중된 것이나 한 창구에서 매도와 매수가 반복된 것도 절대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개입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실례로 헤지펀드들의 프라임브로커인 모건스탠리는 7일과 10일 양일간 20만주를 매도함과 동시에 9만주를 순매수함으로써 매도와 매수 상위 창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 창구를 통해 삼성전자 공매도로 주가 하락에 따른 차익을 거두고 대차잔고를 늘림과 동시에 저가 매수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③매도 폭탄 언제까지?=문제는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수준을 봤을 때 지난 7일과 같은 급락세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10일 기준 삼성전자의 대차잔고는 438만주, 금액으로는 6조2452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아울러 비차익 매도세도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은 시장 반등이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에상된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여 온 삼성전자가 과연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행진을 어디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반론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실적 예상치와 주가 움직임을 볼 때 최근엔 우려가 과하게 반영됐으며 7월초 2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만큼 우려가 오래 가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