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노후 위협하는‘ 리스크 5敵’

젊은 날엔 성공의 기회와 실패의 위험이 공존했다면 은퇴 후엔 위험이 삶을 점령하기 마련이다. 일정한 수입은 물론 재테크 수단도 뾰족한 게 없지만 한번의 실수 혹은 실패가 인생을 통째로 저당잡아 버릴지도 모른다. 은퇴자에게 ‘리스크’란 곧 현실적인 공포다.

흔히 은퇴자에게 닥칠 위험으로 창업 리스크만 떠올리기 쉽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은퇴자를 괴롭힌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불현듯 찾아오는 인생후반의 리스크로 창업 리스크 외에 ‘중대질병 리스크’ ‘금융사기 리스크’ ‘황혼이혼 리스크’ ‘성인자녀 리스크’ 등 5가지를 꼽았다.

중대질병 리스크는 말 그대로 큰 병에 걸렸을 때 나가는 치료비와 수술비 등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 것이다. 현재 50세 이상 남성 가운데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3대 중증질병이 나타날 확률은 45%에 달한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 부담은 200만~900만원에 달한다. 더욱 무서운 건 치매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85세가 넘어가면 30% 정도가 치매를 앓으며 이 가운데 9명은 중증치매에 해당한다. 치매는 직접의료비뿐 아니라 간병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경제적 고통이 크다.

퇴직금 날리는 창업실패…중대질병 치료비 눈덩이…금융사기 · 황혼이혼…성인 자녀 동거도 위험요소

금융지식이나 투자경험이 부족한 은퇴자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잃는 금융사기 리스크도 주의해야 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50대 이상 4명 중 1명꼴로 금융사기를 당했거나 당할 뻔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가 금융사기로 잃은 돈은 평균 82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들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에 넘어가거나 누군가의 추천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해를 입었다.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 사례를 교훈 삼아 금융기관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황혼 이혼은 재산 분할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에 심리적 궁핍까지 초래하는 위험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2년 6.1%였던 황혼이혼은 2012년 26.4%로 늘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전반적으로 노후준비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황혼 이혼으로 재산을 나눌 경우 노후 재정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혼 책임에 따른 위자료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 충격은 더 커진다.

성인이 돼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자녀들 역시 은퇴자들의 경제사정을 열악하게 한다. 결혼연령이 늦춰지고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가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녀의 결혼자금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결혼 비용 가운데 부모가 지원하는 비중은 60%가량 차지한다.

이들 리스크가 둘 혹은 셋으로 한꺼번에 닥칠 경우 은퇴자의 경제적 여건에 입히는 타격은 치명적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금융사기 리스크를 피하려면 단기에 큰 돈을 벌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며 “보험상품 등으로 중대질병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인 자녀로 인한 리스크는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처음부터 은퇴설계에 포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