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무자 · 외국인 노동자 연금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전 세계 주요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가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급여와 복지는 개별회사가 책임지겠지만, 체류 중인 국가에 매달 일정금액을 납부하는 연금은 얘기가 복잡해진다. 일시 체류한 나라에서 꼬박꼬박 떼어간 내 돈,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까.
-42세 회사원 강모 씨는 미국 거래처에서 약 3년간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강 씨는 미국과 한국 중 어떤 국가의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정부는 파견근로자를 비롯한 해외근무자가 이중으로 연금을 납부하지 않도록 다른 나라와 ‘사회보장협정’을 맺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이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강 씨는 미국의 연금제도에 강제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두 국가 중 한 곳의 연금(강 씨의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만 납부하면 나머지는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강 씨가 파견이 아니라 현지 채용된 근로자라면 미국의 연금제도에 의무 가입된다. 3년 동안 꼬박꼬박 떼인 연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무척 억울하겠지만 다행히 양국의 연금납부 기간이 합산된다. 예를 들어 강 씨가 한국에서 20년, 미국에서 3년간 돈을 넣었다면 60세가 되어 연금을 받을 때 두 국가 모두에서 20:3의 비중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단, 미국 연금을 신청하는 절차는 필수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달사(34) 씨는 6년간 한국 중소기업에서 일했고 곧 고국으로 출국한다. 4대보험에 의무가입돼 국민연금을 납부해 온 달사 씨는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있다’. 이주노동자인 달사 씨는 매달 급여의 9%(회사 부담 4.5%)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냈을 것이다. 그는 출국하기 앞서 그동안 납부한 돈과 이자를 일시불로 환급받을 수 있다. 달사 씨가 ‘반환일시금’ 수령에 필요한 서류를 지참해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신청하면 본인이 납부한 연금보험료, 이자, 가산이자를 통장계좌로 받을 수 있다. 공항지급서비스를 신청하면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현금으로 바로 찾을 수도 있다. 이자는 국민연금에 가입 중인 기간 3년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이 적용된다.
-영국 회사에 채용돼 3년간 일하고 한국 귀국을 앞둔 김모 씨,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4년간 일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는 마틴 씨. 이들도 그동안 연금보험료로 납부된 금액을 돌려받아 땀흘린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김 씨와 마틴 씨는 각각 영국과 한국 정부에 그동안의 노고를 기부하고 떠나야 할 것 같다. 근로기간 납부한 연금보험료를 되찾을 수 있는 국가는 우리 정부와 협약을 맺은 일부 나라만 가능하다. 달사 씨 같은 외국인 근로자가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국가는 현재까지 총 44개(그래픽 참조).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프랑스ㆍ독일ㆍ수단ㆍ스리랑카ㆍ가나ㆍ카자흐스탄 등의 국민은 국민연금을 한번에 찾아갈 수 있지만 일본ㆍ영국ㆍ뉴질랜드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국인이 외국에서 근로할 때도 역(逆)이 성립한다. 위 44개 국가에서 일했을 때만 그동안 납부한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