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세계 5대 연기금과 비교해보니…

전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수익률 0.01%를 끌어올리기 위한 ‘글로벌 연기금’들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운용 규모 세계 4위권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은 수익률 부분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확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타워스왓슨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00개 연기금의 기금운용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하며 사상 최고치인 14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는 작년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조2920억달러에 달했고 노르웨이 국부펀드(GPFㆍ7126억달러), 네덜란드 공적연금(ABPㆍ3728억달러)이 2~3위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은 3684억달러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 국민연금은 이들 거인과 비교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6.6%로 세계 6대 연기금인 캐나다(6.2%), 미국(5.1%), 네덜란드(5.2%), 일본(1.9%)에 비해 양호했다. 1988년부터의 누적 수익금은 9월 말 기준 183조8000억원으로 지금까지 지급한 연금 급여의 약 2배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작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6.99%로 네덜란드(13.7%), 노르웨이(13.4%) 등 다른 5개국 평균보다 4%포인트가량 뒤처졌다. 채권 중심으로 지나치게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던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저금리 기조 속에 해외투자ㆍ대체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큰손’들과의 치열한 수익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운용규모 세계 4위…평균 수익률 6.6% ‘선전’

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문적인 운용인력 확충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400조원이 넘는 돈을 200여명의 인원들로만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1인당 운용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선진국 연기금 대부분은 1인당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 이하다. 캐나다(3000억원), 네덜란드(6000억원)는 물론 국내의 다른 큰손인 공무원연금(2000억원), 사학연금(4000억원), 한국투자공사(5000억원)와 견줘도 운용 부담이 크다.

해외 주식과 부동산 전문가 등 글로벌 전문인력의 확충도 절실하다. 2016년까지 기금운용본부가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하는 점도 인력이탈의 우려가 높아지는 부분이다.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덜란드 연금의 경우 APG(All Pension Group)라는 별도 운용기관을 두고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최상위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은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추천하고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연맹까지 위원회 멤버를 추천하게 된다. 이익단체들의 외압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구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은 자산운용의 전문가라기보다 각 해당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자금운용에 대한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