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外人 지분율 41.43%…58개월 만에 최고
현대차 外人 순매수액 올해만 3.7조…역대 동 기간 최대
올해 현대차 주가 +21.38%…‘피크아웃’ 우려 씻고 영업익 전망 견조
현대차가 주도하는 글로벌 車시장 개편…印 IPO도 호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 내 자동차 섹터 ‘대장주’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사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체 주식 중 외국인 지분율이 4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다, 매해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산출한 연간 누적 순매수액 규모도 올해 역대 최대치에 도달하면서다. 특히, 자동차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양대축으로 꼽히는 반도체 섹터의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최근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대비되며 현대차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호실적을 기록 중인데다,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인도법인 기업공개(IPO)까지도 현대차에 대한 투심이 식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대표적인 ‘밸류업’ 모범생으로 꼽힌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의 주목을 받는 원동력이란 분석도 있다.
外人 지분율 58개월 만에 최고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4일 종가 기준 41.43%로 지난 2019년 12월 11일 기록한 41.56%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022년 3월 22일 26.3% 수준까지 낮아졌던 현대차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마지막 거래일(2023년 12월 28일) 33.44%까지 올랐다. 올해만 외국인 지분율이 7.99%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종목별 외국인 순매수액도 현대차는 지난 15일 종가까지 3조6746억원으로 다른 종목들을 큰 격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위인 SK하이닉스(1조4810억원)보다 2.5배나 더 큰 수치다.
올해 외국인이 기록한 현대차 순매수액은 한국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9년 이후 최대치다. 그동안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0년(1조8294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2배나 더 많은 수준이다.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의 뜨거운 관심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까지 26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세를 기록하면서 새 기록을 썼다. 올 들어 누적 순매도액도 2조3141억원으로 LG화학(2조3215억원)에 이어 2위에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중 최고치(8만8800원)를 찍었던 7월 11일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3조원 넘게 팔았다.
‘피크아웃’ 우려 씻고 영업익 전망 견조
국내 증시 흐름에 결정적인 요인을 미친다고 알려진 ‘큰손’ 외국인의 사랑을 받은 현대차 주가는 올해만 21.38%(20만3500→24만7000원)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은 -1.69%(2655.28→2610.36)에 그쳤다.
지난 6월 28일엔 장중 29만9500원(연초 대비 +47.17%)까지 오르며 30만원 고지를 눈 앞에 두기도 했다. 현대차 주가는 상반기까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탓에 정부 주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최대 수혜주고 꼽히며 상승세를 탔다. 이런 흐름을 보인 데는 꾸준히 순매수액을 늘린 외국인의 힘이 지배적이었단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구조조정 선언에 BMW까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추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황 순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역시 최근 들어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당장 글로벌 수요와 이익 성장 모멘텀의 둔화는 불가피한 상항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다른 주요 섹터에 비해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3조9531억원 수준이던 증권가의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컨센서스(평균치)는 전날 기준 3조9299억원으로 0.5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195개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컨센서스가 7.81%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의 방어력이 더 돋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경우 올 한 해 현대차 주가 등락에 아랑곳 않고 연초부터 지금 시점까지 꾸준하게 순매수액을 늘려왔다”면서 “단기 차익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경향성을 지닌 외국인으로선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향 조정에 기반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주도하는 글로벌 車시장 개편…印 IPO도 호재
증권가에선 최근 현대차의 주가 반등 모멘텀이 커졌다면서 저가 매수에 나설 시기란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강자들과 협업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향후 성장을 위한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글로벌 경쟁 구도 개편 과정에서 현대차가 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신차 공동 개발·생산과 배터리 공급망 공동 관리에 대한 포괄적 제휴 관계를 맺었고, 이달엔 웨이모와 자율주행 택시 위탁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협업의 연결고리가 더 확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쟁구도 재편 과정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이 강화되며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수홍 연구원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3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협업 성과가 가시화하고 글로벌 경쟁구도 재편 과정에서 할인율(현재 30%) 축소도 가능한 만큼, 할인율이 모두 제거될 경우 이론적으로 목표주가는 50만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속도를 높이고 있는 현대차 인도법인 IPO도 주가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로 전망되는 로봇 부문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에 따른 자금 확보 가능성 역시 현대차 주가엔 호재라 증권가는 본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현대차의) 주주환원 확대나 신규 투자 재원으로 연결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도법인 IPO에 따른 구주 매출 현금 유입액과 그에 따른 자사주 매입은 11월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내년엔 총주주환원율 35% 달성을 위한 1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증권은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3000억원까지도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