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공포 확산에 정부 ‘집중 단속’ 나섰지만
부처간 엇박자에 협력 차질…합성범죄 아직도 횡행
학생 피해 수사 의뢰 현황 모르는 교육부·경찰청
방심위·경찰청은 단체방 폭파 두고 입장차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가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관련 부처 간 ‘엇박자’로 여전히 텔레그램 등에선 제작 및 유포가 횡행하고 있다. 단속과 수사, 현황 파악 등 절차마다 미흡한 협력체계로 인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범죄 단속 및 수사는 여러 부처가 공조하고 있다. 일차적인 단속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교육부, 경찰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방심위는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단체방을 추적하고, 교육부는 지역별 학교에서 피해 신고를 접수한다. 서울시경찰청도 허위영상물 집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단속하고 있다. 각 단속체계를 거쳐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청이 시도경찰청에 지시를 내리면 사건 수사에 착수하는 구조다.
방심위 “방 폭파해야” vs 경찰청 “증거 있어야 수사”
딥페이크 범죄는 해외 기반 익명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주로 이뤄지는만큼, 피의자 특정이 수사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포되는 단체방이 사라지기 전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방심위와 경찰청 사이 간극이 있다.
합성물 유포 차단을 위해 즉각 단체방을 삭제 의뢰하는 방심위와, 이 때문에 증거가 사라져 수사가 어렵다는 경찰청 간 입장 차이다. 경찰청은 최근 합성물 유포 단체방이 지나치게 빨리 삭제돼 수사에 차질이 있다는 의견을 방심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텔레그램 단체방이 ‘폭파(삭제)’되면 증거가 없으니 수사를 할 수 없다”며 “불법 합성물이 유포되기 전에 도메인 주소 등 캡쳐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의 유포를 모니터링하는 방심위 자체 인력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딥페이크 범죄 우려가 커지면서 방심위가 지난 8월 발표한 10대 대책에는 모니터 인력을 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반영해 늘어난 인력 역시 12명에 그친다. 정보통신기술(ICT) 법정책을 연구하는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딥페이크 범죄는 빠른 단속과 조치가 가장 중요한데, 인공지능(AI) 추적 기술 등 대체 수단 없이 12명 인력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경찰청도 학생 피해 수사 “서로 모른다”
교육부와 경찰청 간 수사 협력 체계 역시 부실한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전국 학교에서 접수된 딥페이크 피해 신고는 516건이다. 이중 432건은 수사 의뢰가 이뤄졌다. 그런데 교육부와 경찰청 모두 수사 진전 상황에 대해선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수사는 시간이 많이 걸려 아직 알리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경찰청은 교육부로부터 구체적인 통계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수사 의뢰 건수만 전달 받고, 각각 사건이 어떤 내용인지나 어느 지역인지는 정보를 전혀 주지 않았다”며 “개별 수사는 지역경찰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성년자가 연루된 성범죄는 반드시 수사 기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단위 학교와 경찰 수사가 연계되고 있을 뿐, 당국 차원에서 수사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학교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중에선 가해자를 찾지 못해 처분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2022년~2024년 8월)간 딥페이크 성범죄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넘겨진 334건 중 22건은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처분 없이 종결했다.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학폭위 신고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종결하거나, 경찰 수사를 기다릴 수 있는데 22건에서 피해자 스스로 처벌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엄벌을 강조하고 나섰음에도 여전히 인터넷상에선 제작 및 유포가 이뤄지고 있다. 방심위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를 포함한 110건의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 의뢰 했는데, 9월에만 86건을 의뢰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우려가 커지며 피해 학교 제작 지도가 만들어지는 등 공론화된 뒤에도 여전히 인터넷상에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사안이 공론화되며 추세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여전히 연예인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