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기업포럼 2024
‘변혁의 순간, 기업의 선택’ 주제 15일 개막
윤 대통령 “AI, 국가 경제와 안보 핵심 기술”
500여명 참석 AI 비전·활용 방안 등 모색
“최근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업에는 기회이자 도전의 시기가 온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AI는 산업 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세계적 흐름이 된 지 오래다. 기업이 AI를 어떻게 도입, 활용하는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생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관련기사 2·3·4면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로봇, 우주·항공, 모빌리티 등 저마다 AI에 기반을 둔 미래 먹거리 산업의 주도권 확보에 여념이 없는 이유다. 다만 AI를 이용해 산업 생태계 변화를 선도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불확실성 속에서 AI 기술 활용은 기업들에 산업혁신의 절호의 기회로 주목 받고 있다.
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는 ‘변혁의 순간, 기업의 선택’을 주제로 AI 기반 비즈니스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500여명의 청중들이 모인 가운데 반도체와 AI 홈, 모빌리티, 에너지 인프라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AI 비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생태계 간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들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축하메시지를 통해 “AI는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 기술이 됐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는 “첨단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아이디어를 실행해 옮기는 기업환경이 새로운 국가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부터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당장 수익이 안 나도 끝까지 남아 기업 혁신을 견인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미래산업에 대한 패권경쟁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기술개발 경쟁이 아닌, 국가 간에 명운을 건 경쟁”이라며 “대한민국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많지만 기업들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자명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경제발전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기업인들을 위해 국회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는 “우리는 지금 5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인류 문명의 대전환기에 살고 있다. AI 경쟁력이 곧 국력으로 이어지는 대전환기”라며 “결국 기업의 역할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기조연설은 삼성 호암상 최초로 여성 공학자 수상자로 선정된 이수인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설명 가능한 AI(XAI)’의 개념을 소개하며 “XAI가 AI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AI도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할 경우 실수를 하거나 나쁜 의도로 쓰이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XAI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기업들의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에 XAI를 장착하면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된 AI를 바로 잡고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AI가 그렇게 예측한 이유까지 세세하게 받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세션 첫 강연에 나선 최영상 삼성전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마스터는 ‘AI 기반 소재 개발 가속화 연구’를 주제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0년, 핵심적인 소재의 경우 30년이 걸리는 등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AI가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며 “또 하나, 소재 연구자들의 창의성도 최대한 높여준다”고 했다.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장(부사장)은 “스마트홈 시대 일상의 현실을 보면 편리해지기 위해 더 많은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며 “LG전자는 공감지능에 미래를 더한, 지능형 공간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홈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는 “3~6개월 정도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공정 결과를 측정·관리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물리적 계측이 어렵다”며 “저희의 ‘AI 가상계측’ 솔루션은 AI를 이용해 공정 결과를 100% 예측해주는 기술이고, 2년 넘게 실제 환경에서 수많은 계측값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모빌리티, 로봇 등 AI 시대 새롭게 등장하는 폼팩터와 관련해서는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연사로 나서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공간과 이동성의 새로운 개념’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는 ‘협동로봇의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주제로, 박세혁 모셔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자율주행 기술 : 스마트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중요도가 높아진 전력 인프라 분야에 대한 해법도 모색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동향과 전망’에 대한 통찰력을 내놨다. 홍영호 LS머트리얼즈 대표이사는 ‘전기화 시대의 새로운 솔루션, 울트라 캐패시터(ULTRA CAPACITOR)’를 주제로, 마샤 버키 테라파워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전력 수요 증가의 해법이 될 첨단 원자력’에 대해 각각 소개했다.
올해 기업포럼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AI 활용 사례와 전망도 공유한다. AI 영화감독인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이사는 ‘K-콘텐츠 업계의 AI 활용 사례 및 향후 미래’를 주제로, 공학박사 출신 전윤호 작가는 ‘챗GPT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 발표했다.
변화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도전에 나서는 사내독립기업(CIC)들의 사례도 조망했다. 김민수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가 모더레이터를 맡은 패널토론에서는 박덕훈 에코마린 대표이사, 박찬우 쿠루컴퍼니 대표이사, 배정진 어플레이즈 대표이사, 안태훈 플랙셀스페이스 대표이사, 임도형 HD현대 아비커스 대표이사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