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電 신용융자잔고 1조568억 ‘역대 최대’…코스피 전체 빚투 10분의 1

개인, 최근 3개월 간 三電 14.3조 순매수…年 누적 순매수세 전환

“지나친 저평가” vs “단기 반등 모멘텀 약화. 초장기 투자자만 저가매수”

“5만전자? 싸게 살 기회”…‘야수의 심장’ 삼전개미, 빚투 사상 최초 1조 넘었다 [투자36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대한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 속에 레거시(범용) 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가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로 현실화한 가운데, 주가가 ‘5만전자(삼성전자 주가 5만원 대)’로 내려 앉은 상황을 개인은 저가 매수 기회로 생각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결과로 읽힌다.

三電 신용융자잔고 1조568억 ‘역대 최대’

16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14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1조568억원으로 역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단일 종목의 신용융자잔고가 1조원 대에 올라선 것은 1조156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11일이 처음이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1조525억원이다.

앞서 삼성전자 신용 잔고금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벌어진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8월 20일 9418억원까지 올라섰던 적이 있었다. 이후 작년 7월 18일 2421억원까지 내려왔던 삼성전자 신용 잔고금액은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고, 지난 8일(9515억원) 기준으로 과거 최고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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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17조9997억원에 달했다. 지난 8월 6일(19조554억원)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코스피 시장만 떼서 봤을 때 신용융자잔고는 10조4796억원이었다. 코스피 시장 내 신용융자잔고의 10.08%가 삼성전자에 몰려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시장 내 종목별 신용융자잔고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2위 종목과 2배 이상 차이나는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셀트리온(4342억원), 포스코홀딩스(3521억원), SK하이닉스(3415억원), 유한양행(2517억원), 포스코퓨처엠(2137억원), 네이버(2097억원), 두산에너빌리티(1833억원), 삼성SDI(1757억원), LG화학(1702억원) 순서로 2~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최근 증가폭에서도 독보적이었다. 8월 이후 코스피 종목별 신용융자잔고 증감액에서 삼성전자는 4724억원으로 순위표 맨 윗칸을 차지했다. 2위 유한양행(1240억원)보다 3.8배나 큰 수치다. 3~10위는 각각 셀트리온(32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58억원), SK바이오팜(238억원), 에코프로머티(217억원), 한국가스공사(192억원), 티웨이항공(151억원), 고려아연(141억원), 아모레퍼시픽(129억원)이 차지했다.

최근 석달 간 14.3조 어치 三電 주식 사모은 개인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가 저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때 ‘빚투’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HBM 경쟁에서 다소 밀리고 회사 실적의 근간이 되는 범용 반도체에서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기간이며, 중장기적으론 이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라며 “특히, 현재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한 만큼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적극 나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종가 기준 개인 투자자는 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해 6조4888억원 규모의 누적 순매수세를 기록 중이다.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에 대해 강력한 순매도세를 보이며 지난 7월 18일 기준으론 누적 순매도액이 7조8176억원에 달했지만, 최근 3개월 간 14조3064억원 규모의 초강력 순매수세를 보이며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7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의 저가매수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을 찍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0일 5만8900원까지 석달 만에 33.67%나 하락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지난 10일(5만8900원)과 11일(5만9300원) 이틀 연속 '5만전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끌어내리는 형국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정점에 올랐던 지난 7월 11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13조25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간 누적 순매수액 기준 '플러스(+)'였던 상황이 전날 종가 기준 1조9691억원 순매도 상황으로 바뀌기도 했다.

“5만전자? 싸게 살 기회”…‘야수의 심장’ 삼전개미, 빚투 사상 최초 1조 넘었다 [투자360]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지나친 저평가” vs “초장기 투자자만 저가매수”

‘빚투’까지 감행하며 주가 상승을 점친 개미들의 베팅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삼성전자 주가 반등 시점이 언제쯤일지를 두고 증권가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으로 9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예상치가 13조원 대에서 10조원 대로 대폭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크게 못 미친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이미 빠질 만큼 빠진 상황에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진단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주춤했지만, 4분기까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부진했던 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 중”이라고 짚었다. 이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 주가 반등 모멘텀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 전략은 초장기 투자자에만 국한되는 전략이라며 “시간과 기회비용 모두가 중요한 상대수익률에 명운을 건 대다수의 액티브 투자가(펀드매니저)에겐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사주경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테크 밸류체인(공급망) 내에서 중간재 성격을 지닌 범용 반도체에 특화된 삼성전자 특성상, 글로벌 투자·제조업 경기 회복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금리인하 사이클의 누적 효과와 미국 신임 행정부의 재정 부양책 등이 반영된 이후에서야 가능하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세) 논쟁 격화와 삼성전자의 산업 지배력, HBM 등 경쟁력 약화와 실적 불확실성 심화의 ‘삼중고’ 국면에선 외국인 투자가의 수급 대응은 당분간 중립 이하의 경로를 따를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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