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전 총장시절 조직했다가 윤석열 전 총장시절 폐지수순
이번 ‘비공식 레드팀’ 역할 주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중앙지검이 수사심의위원회 대신 ‘내부 레드팀’ 형식의 검토를 거쳐 사건을 최종 처분할 방침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중앙지검에서 소집하는 레드팀 회의에는 수사팀을 지휘하는 4차장 검사를 뺀 1·2·3 차장검사가 레드팀으로 합류, 수사 내용에 허점이 없는지 검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각 차장검사 산하 선임급 부장검사 1~2명과 평검사, 인권보호관 등 15명이 레드팀으로 수사팀의 결론을 검토하게 된다.
레드팀은 조직 내 약점을 짚어내는 ‘반대자’를 가리킨다. 레드팀의 역사는 중세시대로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의 흠집을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했던 로마 교황청 ‘악마의 변호인’이 그 시초다. 냉전시대에는 미국 군대에서 레드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2000년대 들어 정부와 기업에도 레드팀 활동이 확산됐다. 구글·IBM·MS·인텔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약점을 발견해 의사결정권자에게 제공하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집권 초기인 2017년 5월 레드팀을 운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검찰청에서는 문무일 전 총장 시절인 2018년 ‘인권수사자문관’이란 명칭으로 레드팀이 공식 창설됐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이던 2020년께 폐지수순을 밟았다. 법무부는 “창설 당시 대검 인권부에 인권수사자문관 5명을 배치, 특별수사 등 검찰의 주요 수사에 대해 ‘악마의 변호인’ 또는 ‘레드팀’의 입장에서 자문함으로써 수사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정통한 한 인사는 “베테랑급 부장검사 5명이 배치됐다. 수사자료 일체를 볼 수 있었고, 실제 역할도 컸다”며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과 ‘사법농단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참여했고, 특히 전자의 경우 실제 의견조정이 이뤄졌다. 레드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이 난 사건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김여사 도이치 사건에는 사실상 일시적으로 조직된 ‘비공식 레드팀’이 운영돼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비공식 조직인만큼 ‘사건브리핑 또는 국감 대비 예행연습’에 지나지 않으려면 기록·주요증거 검토가 수심위 수준으로 이뤄져야 하고, 외부에 레드팀 의견도 공유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수사 기록을 보지 않은 비수사팀이 비판적 시각에서 들여다보겠다고는 하지만 꾸준히 해당 수사를 진행한 선배들의 의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는 17일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라면 하루 전 소집은 시간도 촉박하다. ‘보여주기’ 식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