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시대
서울 시내의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3년 2개월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시작되면서 가계 이자부담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만큼 내려간다면 1인당 15만원에서 21만원 가량의 이자비용이 감속하고, 자영업자는 약 55만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일선 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 완화 효과가 제한될 것이란 반론도 비등하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대출금리가 그만큼 떨어지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한은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7%)을 적용해 시산한 결과다. 이에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5만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분석 자료를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한경협은 가계 대출 금리는 누적 0.14%포인트, 기업 대출 금리는 누적 0.1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은 가계 2조5000억원, 기업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한 가구당 이자 상환 부담액이 연평균 21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내리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1조7000억원가량 감소한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약 55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은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66.2%)을 추정한 뒤, 자영업자의 모든 변동금리 대출 상품 금리가 동일하게 떨어진다고 가정해 시산한 금액이다.

특히 자영업자 중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고 분류되는 다중채무자의 경우, 대출금리가 0.25%p 하락하면 이자 부담이 1조2000억원(1인당 69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금리 인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완화 정책이 부담 완화로 이어지려면 결국 은행의 창구 금리가 기준금리와 함께 떨어져야 하는데, 당장 은행은 당장 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하기 어려운 처지다.

오히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속에 시장금리를 거슬러 올리거나 유지할 수밖에 없다. 집값과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만큼, 당분간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눈에 띄게 낮출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은의 11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대다수 시중은행은 공통으로 "당장 여신(대출)·수신(예금) 금리를 내릴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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