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5일 여섯번째 금정행
“野, 지역선거 정치선전 도구로”
조국, 이재명 요청에 지원사격
“금정서 尹정권에 일격 가해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0·16 재보궐선거의 최대 전장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 속에 흔들리는 보수 텃밭 민심을 사수하기 위해 연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선거 직전까지 여섯 번째 금정 유세를 계획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닥 민심을 겨냥한 ‘정권 심판’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과 전남 곡성·영광에서 승부수를 띄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까지 금정 지원유세에 나서며 야권 표 결집에 나섰다.
한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은 지역 일꾼, 지역 발전을 위해 누가 더 잘할지 정하는 선거”라며 “반면 민주당과 조국당은 이 선거를 정치 선전이나 선동의 도구로 여기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12일 3시간 동안 7.3㎞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는 ‘걸어서 금정구 종단’ 유세를 진행했다. 지난달 11일 당 격차해소특별위 일정을 시작으로 다섯 번째 금정 일정이었다. 한 대표는 선거 전날인 15일에도 금정 지원유세를 검토 중이다. 이날은 전직 국가대표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친한동훈(친한)계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 금정으로 향했다.
조 대표는 이날 금정에서 현장최고위를 열고 “무도한 세력을 심판해야 하지 않겠나. 바로 이 곳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 곳 금정에서 윤석열 정권에 가장 아픈 일격을 가하기 위해 조국혁신당은 일관되게 단일화를 주장했고, 마침내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저 무도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에게 가장 무섭고 아픈 일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에서 재보선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수 경제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정부 실책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이례적으로 여야 격전지가 된 데는 지역 특성과 현 정치권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금정구는 역대 총선에서 보수 후보가 연승을 거둔 부산의 보수 텃밭 중 한 곳이다. 4월 22대 총선에서도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13.25%포인트(p) 차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여야가 금정구청장 후보를 공천했던 당시만 해도 여권에선 ‘낙승’ 전망이 다수였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윤한 갈등설’에 대한 보수층의 실망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명태균씨 논란으로 깊어진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시시각각 여권에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이미 다수 여론조사에서 당정 지지율이 임기 최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11일(공휴일인 9일 제외) 전국 유권자 2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임기 최저치를 경신한 25.8%로 조사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9일 실시한 10월2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임기 최저치인 2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한 27%로, 10개월여 만에 민주당(28%)에 오차범위 내 역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현재 판세를 ‘박빙 우세’로 보고 있는 국민의힘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최근 실언을 보수표를 결집할 막판 ‘변수’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는 고(故) 김재윤 전 구청장이 6월 병환으로 별세하면서 치러지는 선거인데, 김 의원은 10일 SNS에서 “보궐선거 원인제공, 혈세낭비 억수로 하게 만든 국민의힘 정당 또 찍어줄낍니까”라고 말해 논란이 일자 게시글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했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민들 사이에서 분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총선 때 만큼 압승은 어렵겠지만, 사전투표율(20.6%)을 감안할 때 8~9% 격차로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주말부터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많이 전환됐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보수 텃밭인 금정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부산을 총 4차례 방문한 이 대표는 지난 주말 마지막 부산 유세에서 “선장이 술 먹고 지도도 볼 줄 모르면 항해가 되겠나”라며 정권심판론을 부각했다.
조 대표가 전남에서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부산행’을 택한 배경에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지 민주당 금정구청장 후보는 민주당과 혁신당이 단일화를 통해 내세운 야권 유일 후보로, 이 대표가 전날 조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15일 서울중앙지법 재판 출석으로 지방 일정 소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조 대표는 자신의 SNS에 “투표가 며칠 안 남은 지금 영광과 곡성의 선거캠프에서는 큰 아쉬움을 표했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복무하기 위하여 흔쾌히 부산에 간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금정구청장 탈환이 오는 11월 공직선거법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을 각각 앞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당 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부산에서 이긴다면 대선까지 이 대표는 당내 입지를 더욱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틀어 민주당 후보가 금정에서 승리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남아있었던 지난 2018년 7회 지선 금정구청장 선거가 유일하다.
한편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호남에선 전남 영광이 야권 격전지로 부상했다.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이 결과 예측이 어려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영광군수 재선거 사전투표율은 43.06%를 기록해 이번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5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또 다른 보수 텃밭인 인천 강화에서는 무소속 후보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김진·양근혁·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