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3.50%→3.25%로 인하

한은 “내년말 2.5% 정도 도달”예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 긴축 기조의 문을 닫았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3.25%로 내려갔다. ▶관련기사 8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라며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에 비해 (성장률) 전망(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 올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루 전 보고서를 내고 ‘내수 회복 지연’의 요인으로 고금리를 지적했다. KDI는 “서비스 소비 증가세에도 고금리 기조로 소매 판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화 정책의 목표인 ‘물가 안정’이 나타난 것도 통화 정책 전환의 명분을 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한은의 물가 폭표 수준이 2.0%까지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6%로 내려갔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먼저 나서면서 통화정책 운용의 여유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환율이 튈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날 금통위의 인하 결정으로 두 나라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피벗이 연이은 금리 인하로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집값과 가계빚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추세적 판단은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0.43%포인트 높아지고, 서울 상승 폭은 0.83%포인트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시장에선 이런점을 고려해 한은이 미국과 같은 속도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5.25~5.50%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최종 3.00%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한은은 내년 말 2.5% 정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