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칠곡)=김병진 기자]'K-할매'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에서 활약 중인 서무석(87) 할머니가 투병 중이던 혈액암 증세가 악화해 위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최근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서 할머니는 암세포가 폐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서 할머니는 현재 대구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으나 의식이 혼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칠곡군 관계자는 "할머니는 대화가 불가능하고 음식도 드시기 힘든 상태"라며 "상태가 위중해 가족들이 병원에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부터 수니와칠공주에서 래퍼로 활동하기 시작한 서 할머니는 올해 1월 목에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서 할머니는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그룹에서 활동하며 좋아하는 랩 공연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신 매주 화·목요일 마을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연습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각종 방송에 출연하거나 정부 정책 영상 제작 등에 참여하며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서 할머니 건강이 걱정돼 래퍼 활동을 만류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공연 무대에만 서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던 까닭에 마음을 졸이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의사가 예측한 시한부 3개월이란 시간은 훌쩍 지나갔으며 서 할머니는 지난 4일 수니와칠공주 멤버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주간 개막식'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서 할머니 장녀 전경숙(65)씨는 "랩을 하시면서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활동을 말릴 수 없었다"며 "어머니는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12일 서 할머니에게 위문품을 보내며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만나 뵙길 기도한다"고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구성원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