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화문 교보문고 한강 작가 깜짝 노벨상 소식에 ‘재고 부족’
교보문고 “지금 배송중. 서점에 활기”… “韓 노벨문학상 보유국”
윤 대통령 “국가적 경사”… 여야, 정쟁 스톱 환호와 박수갈채
외신 “한국 문화 세계적 영향력 반영” 언급… 출판가 주가 상승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대한민국 대표 서점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11일 국가적 경사 소식을 듣고 온 시민들이 오픈과 함께 서점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러나 교보문고마저 미처 재고를 확보치 못해 헛걸음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교보문고가 보유했던 마지막 한강 서적 재고를 사간 시민은 ‘행운’이라며 기뻐했다. 교보문고 측은 ‘책이 배송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교보문고가 보유했던 한강의 서적 ‘채식주의자(영문본)’을 사간 시민 A씨는 “교보문고가 열리자마자 일단 책을 집어서 샀다. 그런데 이게 마지막 책이라고 했다”며 “출장중에 잠깐 들른건데 행운아가 된 기분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너무 축하드린다”거 말했다. 교보문고 입구 앞 매대는 비었다. 곧 배송될 한강 작가의 책들을 배치할 공간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채식주의자 책이 어제 다팔려서 오늘 중으로 오고 있다 우리도 사람들이 계속 달라고 하는데 재고가 없어서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속 전화가 폭주하면서 오고 장난이 아니다. 정신이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서점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17)은 “한강 책을 사고 싶어서 교보문고 여는 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아쉽다. 당장 사서 읽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 시각 교보문고를 찾은 또다른 시민은 “텅빈 매대를 보니 당황스럽다, 아직 가게 열 시간이 아니라서 미리 왔는데 책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 오 모(28) 씨는 “진짜 대박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라며 “어제 야근하면서 소식을 접했는데, 갑자기 힘이 나는 기분이다.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보유국이 됐다”라며 기뻐했다. 직장인 안 모(29) 씨는 “책을 미리 사둔 과거의 나를 칭찬하게 된다”라며 “노벨상 소식에 외국인 친구도 축하한다며 연락이 왔다”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열광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엑스(구 트위터) 에서는 실시간 트렌드 1위부터 5위까지 ‘노벨문학상’, ‘채식주의자’ 등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키워드로 뒤덮였고, 시민들은 앞다퉈 자신의 SNS에 기쁜 소식을 공유했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축하 메시지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라며 축하했고, 국정감사에서 부딪히고 있는 여야는 잠시 정쟁을 멈추고 박수를 치는 모습도 연출됐다. 외신들도 한 작가를 한 목소리로 치켜 세웠고,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은 “내가 다 기쁘다, 이참에 책을 사볼까 한다”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이라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치켜 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에게 큰 기쁨과 자긍심을 안겨줬다. 오래오래 기억될 최고의 순간, 역사적 순간”이라면서 벅찬 마음을 전했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작가의 수상을 한 목소리로 축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런 날도 오는 군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며 “책이 아니라 오래 전 EBS 오디오북 진행자로서 처음 접했었다. 조용하면서도 꾹꾹 눌러 말하는 목소리가 참 좋아서 아직도 가끔 듣는다. 오늘 기분 좋게 한강 작가님이 진행하는 EBS 오디오북 파일을 들어야겠다”라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기쁨의 전율이 온 몸을 감싸는 소식”이라며 “굴곡진 현대사를 문학으로 치유한 노벨문학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고단한 삶을 견디고 계실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썼다.
AP,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교도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주요 보도로 다뤘다. AP는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NYT는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는 중국 작가 찬쉐 등이 거론됐었다”라며 “한강의 수상은 ‘놀라운 일’(surprise)”이라고 했다.
교도통신은 “2010년대 이후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일본에서도 ‘K-문학’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며 “한강은 그중에서도 보편성과 문학성에서 선두를 달렸다”고 평가했다.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으로 출판가 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출판사와 밀리의서재 등도 장중 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날 노벨상 소식에 온라인 서점들에선 주문이 폭주하면서 대형 서점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예스24의 실시간 베스트셀러는 1위부터 10위까지가 한강 작품으로 도배됐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전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