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분노(김병후 지음, 애플북스)= ‘참으면 병 된다.’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내면에 켜켜이 쌓아온 부정적 감정은 삶에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내는데 오랜 시간 억눌려온 분노는 통제 불가능의 급발진이 되며 폭력과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은 부정적 감정에도 다 제 역할이 있다고 다독이며, 분노의 순기능에 대해서 조명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30년 넘게 활동해온 김병후 원장(김병후정신건강의학과)은 9년 만에 낸 책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노의 유형을 나누고, 각각의 원인 분석은 물론 효과적 해소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랑과 분노가 동전의 앞과 뒤 같은 관계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분노가 가장 많이 분출되며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순으로 빈번하다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관계인 만큼 책에서도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을 대목이다.
▶다정한 거인(남종영 지음, 곰출판)=‘바다의 괴수’이자 신화 속 주인공이었던 고래가 지상으로 내려온 것은 스트랜딩(죽은 고래가 육지로 떠밀려 오는 것)이 발견되면서다. 뭍으로 올라온 고래를 해부 등을 통해 알게 되면서 고래는 한낱 동물로 전락했다. 경외의 대상이었던 고래는 이때부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 스페인 바스크족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포경산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특히 디젤엔진을 단 배의 등장과 폭약 작살의 발명은 고래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이는 신호탄이 됐다. 이에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상업포경을 전면 금지시킨다. 고래가 ‘인격체’로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최근 일이다. 특히 탄소를 포집해 바다에 가라앉히는 ‘기후변화 해결사’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고래와 인간 간 애증의 역사를 서술한 생태·사회사다. 각 부의 말미에 종류별로 고래의 그림과 특징 등을 서술해놓았는데 이 역시 흥미롭다.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바르트 브란트스마 지음·안은주 옮김, 한스미디어)=전 세계가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양극화는 이제 특정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컨설턴트인 저자는 지난 10년간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연구와 분석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정반대로 향하는 마찰은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주요 요소가 되지만 이와 함께 그룹을 분열시키고 협력, 심지어 사회까지도 위협하는 위험한 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저자가 제언하는 바는 바로 ‘중도’다. 중도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파와 좌파라는 극단적인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간지대가 있어야 사회가 통합되고, 문명적으로 공존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