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2’ 제작 참여 황정록 아티스트

감각으로 캐릭터 재해석...기술은 도구일 뿐

“AI 제아무리 발전해도, 아티스트 창의성이 핵심”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
황정록 시니어 페이셜 아티스트가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에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다: 아바타2 페이셜 모션 테크놀러지의 새 시대를 열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머신 러닝이나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발전해도 아티스트의 창의성이 핵심 요소라 믿어요.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CG를 자랑하는 영화 ‘아바타2’ 제작에 참여한 황정록 시니어 페이셜 아티스트는 지난 8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에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다: 아바타2 페이셜 모션 테크놀러지의 새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청중을 만났다.

뉴질랜드에 위치한 스튜디오 웨타FX에 몸담고 있는 그는 ‘아바타2’를 비롯,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트랜스포머’, ‘레버넌트’ 등 지난 17년간 약 2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기여해 온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가다.

가장 최신의 기술을 다루며 VFX 분야 최전선에서 새 역사를 쓰는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는 거듭 강조했다. 제아무리 기술이 진화해도 아티스트의 창의성으로 아름답게 재해석돼야 캐릭터가 숨 쉬듯 살아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배우의 얼굴 표정 데이터를 영화 속 설정인 ‘나비족’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제작한 ‘아바타2’ 캐릭터 키리가 대표적. 황 아티스트는 70세가 넘는 배우 시고니 위버의 얼굴을 14세 소녀 캐릭터인 키리로 세월을 거슬러 표현해야 했다.

그의 ‘창의적 터치’가 더해진 것도 바로 이 순간이다. 황 아티스트는 “키리가 화를 낼 땐 코를 찡그리는 형태 변화를 구현해야 했다”며 “고양이 표정을 저의 감각으로 해석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 아티스트는 ‘아바타2’에 첫 도입돼 VFX 분야에서 새 지평을 연 기술 APFS (Anatomically Plausible Facial System)의 작동 과정도 구체적으로 전했다. 아바타2 이전에 사용된 기술은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인데, 지금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스템 중 하나다. 두 시스템의 차이는 ‘아바타’와 ‘아바타2’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피부 근육이 어떻게 달리 움직이는지 주목해 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아바타’에서 제이크의 입꼬리 근육의 움직임은 ‘아바타2’에 나오는 제이크보다 밋밋하다.

황 아티스트는 “FACS 방식으로는 피부 속의 근육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장면마다 캐릭터의 완벽한 얼굴 표정을 구현하고 싶었고 APFS는 자연스럽고 사실감 넘치는 표정을 만들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분야에선 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좋은 도구에 노출돼 있다”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아티스트의 창의성이 더 중요해진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