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이어진 13회 연속 동결 기조를 깨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내렸다. 4년 5개월 만에 첫 하향 조정일 뿐더러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만에 돌아서게 됐다.
금통위가 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한 것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가운데,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1분기보다 0.2% 뒷걸음질쳤다.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실제 기업체감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달 내수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8.9로 90선을 밑돌았다. 지난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화 정책의 목표인 ‘물가 안정’이 나타난 것도 통화 정책 전환의 명분을 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올해 초 3%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9%로 2%대에 진입했고, 8월에는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인 2.0%까지 하락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먼저 나서면서 통화정책 운용의 여유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환율이 튈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 피벗이 연이은 금리 인하로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을 기록했다.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특히 9월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0조351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451억원 규모다.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줄었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가계빚을 확대시키는 요인인 집값 오름세도 아직 안정됐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2% 올랐다.
한은은 금리 인하시 집값이 오르고 가계빚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0.43%포인트 높아지고, 서울 상승 폭은 0.83%포인트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