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
담배나 마약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에 비만약 열풍을 몰고온 ‘꿈의 비만치료제’, 살 빼는 주사 얘기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 비만 환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약값에 부담이 클 만큼 비싼 약이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있다. 즉, 한번 투약을 시작하면 계속 투약해야만 살 빠지는 효과가 유지된단 뜻이다.
그 외에도 두통, 구토, 모발 손실 등의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월 80만원, 1년에 약 1000만원에 이르는 약값인 만큼 정부도 투약에 신중한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유통사가 오는 15일부터 국내 병의원과 약국 주문 접수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환자 처방은 이달 말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위고비는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비만약이지만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더구나 병원에 간다고 누구나 처방 받을 수 있는 약도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상혈당증,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는 성인 비만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특히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더라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식약처는 소개했다.
또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는 킴 카다시안,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들이 사용해 살을 뺐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서 출시 전부터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비만약”이라며 “하지만 누구나 원한다고 살 수 없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전문의약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위고비의 가장 큰 부작용은 중간에 투약을 중단하면 살이 다시 찐다는 점이다.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감량시키는 원리다. 즉 약을 복용하다가 끊게 되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는 뇌 자극이 사라져 다시 원래와 같은 식욕을 얻게 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앞서 출시된 미국에서는 최근 위고비 재고가 부족해 복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A씨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식욕을 멈출 수 없어서 살이 많이 쪘다. 출시되면 복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그런데 한 번 복용하고 중간에 끊으면 안된다니 마치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을까봐 섣불리 시작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더구나 위고비는 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에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여기에 유통 비용,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 부담금은 월 8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일 년 약값이 약 100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