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총회서도 총의 모으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시행·유예·폐지 두고 논의해 당론 결정

“정무적 판단만 남았다…대선 위한 선택할 것”

금투세, 유예냐 폐지냐…이재명 지도부 결단만 남았다[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면서 결국 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따라 당론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시행보다는 유예 및 폐지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내 금투세 논쟁은 지난 7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시 시행 유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아울러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이 대표의 정치적 최종 목표인 2027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금투세 자체를 폐기하고 집권 후 재논의해야 한다는 친명(친이재명)계의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금투세 시행·유예·폐지를 놓고 논의해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간 정책 디베이트 등 의원들 간 논의에서는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과 유예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붙어 왔지만, 금투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폐지론’이 부상하면서 지도부는 이들 모두를 당론 결정 과정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당내에서 소수일 것이라고들 생각했는데 의원총회를 거쳐보니 꽤 많은 의원들이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논의에서 배제하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약 1시간 30분가량 금투세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의원들과 유예 혹은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이날 총의를 모으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당론 결정 및 결정의 시점 모두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들이 팽팽한 수준으로 나왔다”며 “총 16명의 의원이 발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책 디베이트 이후 일부 입장이 나오긴 했지만, 그동안 내부 토론에서 폐지 의견은 없었는데 그동안 잠복돼 있거나 이후 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바꾼 의원들이 상당수가 있어서 복수의 폐지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금투세, 유예냐 폐지냐…이재명 지도부 결단만 남았다[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민석 의원 등이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 등 3개 법안과 관련한 투표를 앞두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는 지난 7월 10일 8·1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며 ‘금투세 유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자리에서 “근본적으로 거래세와 연동돼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시기 문제에 있어서는 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시까지만 해도 금투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었는데, 시행을 6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사실상 당 대표 연임이 확정됐다는 평가를 받던 이 대표가 유예 가능성을 시사하자 금투세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금투세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점차 늘어났다. 이들과 시행 입장을 고수하는 의원들 간 격론도 치열해졌다. 금투세 시행을 거듭 주장해온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인 이소영 의원 등이 SNS를 통해 논박을 벌였고,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열어 시행팀과 유예팀에 속한 의원들의 토론이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인버스 투자 권유’, ‘토론회 역할극’ 등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 논란이 일면서 유예론에 힘이 실리게 됐다.

금투세 폐지를 가장 먼저 꺼내든 원내인사는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 놓은 다음 처음부터 다시 (금투세를)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한 상태는 유예로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투세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유예론에는 더욱 힘이 붙었다. 당내에선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이재명 지도부의 정무적 관점에서 금투세 유예는 사실상 폐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민주당 인사는 “민주당이 금투세에 대해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어 불확실성만 가중되고 있다”며 “오직 정무적인 판단만 남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결국 다음 대선을 생각한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