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 유학생 수가 1만 명을 넘어섰지만 석·박사 중도 탈락률이 올해 9%를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 탈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산을 지원하며 모셔온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가 빠르게 ‘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정부의 이공계 유학생 지원 정책이 ‘유치’에서 ‘취업 및 정착’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국민의힘)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공계(공학·자연·의학 계열) 외국인 유학생 중 연구 개발 인력에 해당하는 석사 수는 5011명, 박사 수는 5399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찾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수는 최근 5년 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수 만큼 이들의 학위 중도 탈락률도 매해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2020년 자연과학 계열 박사의 중도 탈락율은 8.0%(125명)에 그쳤지만, 올해 2024년에는 8.5%(149)로 역대 최대 탈락률을 기록했다. 석사의 경우에선 이공계 전반에서 탈락률이 더욱 급증했다. 공학 계열은 2020년 5.2%(155명) → 2024년 7.5%(299명), 자연 계열은 2020년 4.8%(59명) → 2024년 5.8%(73명)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이 어렵게 한국에서 학위를 마쳤어도 국내 취업 및 정책 생활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이 턱없이 부족해 빠르게 한국을 이탈하고 있단 점이다. 당장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 인력의 국내 취업률과 정착률에 대한 정부 통계마저 없는 실정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취업으로 국내 남아 있는 이공계 외국인 박사는 30%(579명)에 불과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 자체 조사에서도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석박사 중 82%가 국내 취업 및 정착을 희망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학령 인구 감소와 의학 계열 선호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국내 이공계 석박사 진학생 수는 매해 감소하는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인공지능(A) 분야 인력은 12,8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고 클라우드 분야는 1만8800명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분야는 1만9600명, 나노 분야는 8400명 수준의 인력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한 외국인 석박사 유학생 유치로 이공계 연구 인력 공백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 1574명에게 지급한 장학금 예산액은 244억9400만원이었다. 올해는 예산이 증액돼 지난 9월까지 288억46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정부 예산 투입과 달리 외국인 석박사들의 국내 정착률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나면서 이공계 외국인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수진 의원은 “반도체, AI 등 국내 첨단 기술 발전을 위해 외국인 연구 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향후 정부는 ‘유치’ 정책 단계를 넘어 ‘취업과 정착’을 위한 제도 지원책으로 정책 밸류업을 적극적으로 선보여야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