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 미 워싱턴 상무관 내정설에 희망자들 포기

산업부, 안덕근 장관·최남호 2차관·실장 3명 등 1급 이상 5명 같은 학과 출신

미국發 통상전쟁 전야에 1년전부터 상무관 내정? …“낙점 관행 사라져야”[세종백블]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외교·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통상 정책에서 일방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대(對)미국 무역흑자(미국 입장에서 무역적자) 역대 최대치 기록을 문제삼아 관세 부과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을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달 중순께 내년 워싱턴D.C에 파견되는 상무관 공모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올해 초부터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의 내정설이 관가뿐만 아니라 산하기관까지 파다하다.

6일 관가에 따르면 이달 중순께 미 워싱턴D.C에 파견되는 상무관 공모가 진행된다. 현 김성열 주미국대사관 상무관 임기가 내년 2월 만료 예정으로 후임을 뽑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산업부 복도통신에는 김 상무관 후임으로 P국장 내정설이 돌았고 최근에는 한국무역협회 등 산하기관에서는 확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상무관은 재외공관에서 통상, 산업, 자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어려움 해소 주재국 정부와의 협의, 시장 동향 파악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P국장 내정설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학맥이 근거로 꼽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으로 지난 1월 8일 취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후 11년만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 장관이 나온 것이다. 또 지난 1월 11일 취임한 최남호 산업부 제2차관을 비롯해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노건기 교섭실장, 박종원 통상차관보, 박찬기 수소경제정책관 등이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이다. 산업부에서 ‘관료의 꽃’이라고 일컫는 1급이상 5명이 같은 학과 출신인 것이다. 이들은 대학부터 줄곧 친분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조직내에서는 보이지않은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 각국에 파견되는 상무관들 중에서도 워싱턴 상무관은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미 상무관은 업무 강도는 강하지만 훗날 ‘적어도 차관’이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큼 본부 복귀후 승진을 해왔다. 박성택 현 산업부 제1차관을 비롯한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도 워싱턴 상무관 출신으로 산업부에서 차관까지 지냈다.

또 현 정부가 3여년도 남지 않는 상태에서 내년부터 3년간 상무관을 다녀왔을 때 정권이 바뀐다는 점도 공직관리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계산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파견되는 재경관 등 세계 각국 공관에 파견되는 각 부처 국과장 또는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관가에서 학연이나 업무외적 이유로 ‘낙점’하는 관행이 사라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발(發)통상전쟁이 미중 갈등, 수출통제, 경제안보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연보다는 공정한 기회를 통해 선발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오래된 관료적 관행에서 자유로울 거라고 기대했는데 올해 초부터 돌고 있는 워싱턴 상무관 내정설을 듣고 다소 실망했다”면서 “그러나 아직 공모를 시작하지 않으니 바뀔 수 있다는 실오라기같은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미 워싱턴 사무관은 이미 확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에서 누가 지원할 수 있겠냐”면서 “결국 눈치껏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