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전 협상 타결…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 적용
연간 증가율 5% 상한선 설정…“급격한 증가 방지”
역외자산 정비 지원 폐지…“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2026년부터 적용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최종 타결됐다.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이번 협정은 현행 제11차 SMA에 적용 중인 국방비 증가율 대신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 2일 협정 본문 및 이행약정 문안에 최종 합의하고 우리측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미국측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서명을 했다.
제12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으로, 협정이 적용되는 최초년도인 2026년 총액은 1조5192억원이다. 이는 2025년 총액 1조4028억원에 비해 8.3% 증액된 금액이다.
2026년 총액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군사건설 분야에서 우리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용 증액으로 인한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외교부는 “한미는 특별협정을 통한 지원항목(인건비·군사건설·군수지원)의 틀 내에서 미측이 제기한 소요에 기반해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제12차 특별협정은 현행 11차 특별협정에 적용 중인 국방비 증가율 대신, 기존 8~9차 특별협정에 적용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연도별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해 결정된다. 또한 연간 증가율은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5년 CPI는 2%, 2024년 CPI는 2.4%다. 최대 2.5%의 CPI를 적용할 경우, 2030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6769억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현행대로 국방비 증가율(4% 가정)을 적용한다면 2030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7772억원으로 추산된다.
외교부는 “이전 협정과 비교해 제12차 특별협정 기간 중 전체 방위비 분담금 규모의 상승률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한 수리·정비 용역은 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명시해 그간 일부 실시해 오던 역외자산 정비 지원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연합작전시 주일미군 항공기가 후방 기지에서 유사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 자산을 정비하는 데 일부를 한미 SMA 분담금에서 사용해 왔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운용유지와 관련된 비용인 한미 SMA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의 예산 심의 절차를 고려해 군사건설 사업선정 절차를 예산심의 절차에 맞게 조정하고, 한미 합동협조단(JCG)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군수지원 분야에서 5개년 사업계획 제출 요건을 신설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연간 계획된 사업의 변경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한 매년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를 현물 군사건설 사업비의 3%에서 5.1%로 증액해 군사건설 사업 품질과 안전관리를 제고하는 데 있어 우리의 역할을 강화했다.
이번 제12차 한미 SMA는 현행 제11차 한미 SMA 기한 만료를 1년9개월여를 앞둔 지난 4월 첫 회의를 시작해 5개월 간 8차례 회의를 거쳐 최종 타결했다. 미국 대선 전 협상을 완료하면서 속도를 냈다.
제12차 한미 SMA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가 완료되면 정식으로 서명하고,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이번 특별협정 협의 과정에서 상호 이해와 신뢰, 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양측이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비교적 신속히 도출했다”며 “이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양국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