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리빙트러스트센터 하승희 팀장·권남규 변호사 강연
유언장으로는 분쟁 예방 어려워…‘유언대용신탁’ 활용해야
초고령화에 신탁 강점 뚜렷해…비용 절약 가능성도
“최근 10년 동안 상속으로 인한 분쟁이 40%가 증가했습니다. 부자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80%는 상속재산이 1억원에서 5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유언장은 가족 분쟁을 피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닙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증여 플랜을 세우고 분쟁 등 미연의 사태를 방지해야 하는 현명한 선택지입니다.
하승희 하나리빙트러스트센터 팀장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헤럴드 머니페스타 2024’에서 “현행법상 유언대용신탁 없이 유언장으로만 상속을 진행할 경우, 피상속인 협의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팀장은 상속 전후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에서 상속·증여에 대한 컨설팅을 전담하고 있다.
‘100세 시대 신탁을 활용한 상속 설계’를 주제로 연단에 선 하 팀장은 가족구조의 다변화로 인해 자산관리 트렌드에 ‘신탁’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신탁은 금융사가 수탁자로서 위탁자의 니즈에 맡게 재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하 팀장은 금융사가 사후 유언 집행까지 책임지는 유언대용신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 팀장은 “많은 분들이 변호사 앞에서 유언장을 쓰는 게 가장 확실하냐고 물어보지만, 유언대용신탁도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언장과 다르지 않다”면서 “되레 상속 전후의 재산관리나 상속집행의 투명성 등에서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언장에 비해 신속하게 상속을 집행할 수 있고, 상속 내용 수정에 따른 부담이 없다는 게 하 팀장의 설명이다.
이날 ‘유언장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권남규 리빙트러스트센터 변호사 또한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권 변호사는 “돌아가시고 나서 효력이 발생하는 유언의 경우 법원에서 요건이나 취지를 엄격히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사망자가 기존에 유언장을 준비했더라도 법률적으로 효력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본인이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고 자필 유언장을 쓴 사례가 있는데, 주소를 명확히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유언장의 효력을 잃은 케이스도 있다”면서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해야 하는데, 사실상 타이핑을 통해 내용을 적는 등의 경우에도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언장의 경우 유독 법률적·형식적 요건이 엄격하게 해석되며, 상속 분쟁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권 변호사는 전문가 의뢰를 통해 유언장을 한 번 작성하는 데는 최대 3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용은 향후 유언장을 수정할 때도 재차 부과된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계약 당시 계약수수료를 받은 후에 계약을 수정할 때 별다른 비용이 투입되지 않는다. 사망 시까지 지속적으로 상속 내용을 수정 및 관리하기 용이한 셈이다.
아울러 하 팀장은 향후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신탁의 장점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팀장은 “고령화 사회로 늘어나고 있는 게 치매인데, 예금주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으면 자금은 동결된다”면서 “한 달에 기본 600만원 수준의 간병비를 부담하면서도, 동결된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부담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을 통해 상황을 대비할 경우, 불필요하게 나가는 세금 및 비용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여에 있어서도 신탁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절세를 위해 미리 증여를 하면서도, 재산의 처분 수준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절세를 위해 미리 증여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나에게 되돌리던가, 손자녀한테 넘어가게 하는 등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자녀들이 결혼하기 전에 신탁계약을 많이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권 변호사에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할 경우, 유류분 등 민법과 충돌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권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 판례가 나온 건 아니지만, 하급심에서 관련 판결이 나오고 있다”면서 “유언대용신탁을 하더라도 유류분을 배제할 수 없어, 전문가들과 관련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평소 상속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는데,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면서 “부모님과 얘기를 나눌 거리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