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사가 홍 감독 집 찾아가 감독직 제안
클린스만 때는 정몽규 회장이 직접 면접
절차·규정 상관없이 제멋대로 감독 선임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최종 감독 후보로 홍명보를 추천했다. 감독 추천 권한 없는 정몽규 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을 포함한 최종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해 최종 2차 면접을 진행했다.”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밝힌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중간 발표를 요약하면 이와 같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이 규정과 절차는 아무 소용 없이 내부 관계자들의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운영된 셈이다.
최 감사관은 “축협의 번복된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축협은 대부분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내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타당한 근거나 객관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7월부터 문체부는 감사담당관과 체육정책과장을 감사반장으로 한 감사반을 구성해 축협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문체부는 처분 수위를 결정한 최종적인 감사 결과를 10월 말에 공개할 예정이다.
중간감사 결과에 따르면, 축협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무력화했다. 지난해 1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과 축협은 전력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이미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통해 감독들과 접촉했다. 전력강화위원들은 첫 번째 위원회 회의에서부터 위원들의 권한을 뮐러 위원장에게 위임하도록 축협으로부터 요청받았다.
여기에 위원들은 겨우 두 번째 회의에서 클리스만 감독이 선임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당시 뮐러 위원장은 단독으로 후보자를 5명으로 최종 압축했고, 1차 면접도 단독으로 진행했다. 2차 면접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몽규 회장이 직접 진행했다. 최 감사관은 “그런데도 축협은 말을 바꿔 면접이 아닌 의견 청취를 위한 면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 추천 과정 역시 규정과 사뭇 달랐다.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면접으로 홍 감독을을 최종 감독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난 것.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위촉된 바도 없다. 그렇다고 위원들로부터 감독 추천 권한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는 홍 감독을 섭외하고자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감독직을 요청했다. 최 감사관은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축협이 상황에 따라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규정을 다르게 해석하고 적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축협은 올해 전까지 관행적으로 이사회 선임 절차를 누락해 오다 지난 5월에는 이사회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력위가 임시감독을 선임했다는 비판이 일자 추후 입장을 번복했다. 위원회는 이사회 업무를 돕는 자문기구이자 감독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이라고 그 권한을 대폭 줄여 주장한 것이다. 축협은 제10차 정해성 전력위 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위임했다고 주장했지만, 정 위원장은 이러한 요청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다만 문체부는 홍 감독에 대한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축협은 각 국가의 축구협회에 대한 독립성을 강조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처분이나 처벌 등을 강제할 수 없어서다.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었지만, 그렇다고 홍 감독과의 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축협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 국민의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에 대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홍 감독 선발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