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막식 시작으로 열흘 간 열려
개막작 '전,란' 등 9편 OTT 작품
구로사와 기요시·미겔 고메스 등 방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해 영화제는 역대 행사 중 가장 파격적으로 구성돼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화제가 처음으로 대중성을 겸비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까지 끌어 안으면서 얼어붙은 한국 영화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올해 영화제는 63개국 279편의 영화가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 총 5개 극장 26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6시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사회로 열린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OTT 플랫폼의 굵직한 콘텐츠 9편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조직 인사를 둘러싼 내홍으로 끝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던 지난해와 달리 무게감을 더하고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영화제 측의 각고의 노력이 돋보인다. 지난해 12억원에서 6억원으로 정부 국고보조금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황도 이같은 편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막작부터 넷플릭스 작품 ‘전, 란’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하고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사극 대작으로, 권세 높은 무신 출신 양반가의 외아들과 그의 몸종이 끝내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는 내용이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온 스크린 부문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작품 ‘지옥’ 시즌2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사카구치 켄타로 주연 ‘이별, 그 뒤에도’, 대만의 유명 배우이자 작가, 감독인 옌이웬의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역시 각각 넷플릭스 작품으로 공식 초청됐다. 티빙의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도 이름을 올렸다. 애플TV+의 ‘마지막 해녀들’을 비롯한 다큐멘터리 2편은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됐다.
넷플릭스는 3일부터 영화의전당 맞은편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카페를 사흘간 빌려 ‘넷플릭스 사랑방’도 문 연다. 기대작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갤러리와 포토부스 등으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넷플릭스는 영화제를 찾은 관객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물론 시네필의 기대를 고조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이자 ‘뱀의 길(2024)’, ‘클라우드’ 등 두 편의 신작으로 부산을 찾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비롯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 주인공이자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 감독, 홍콩 뉴웨이브의 아이콘 허안화 감독까지 거장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가 마련됐다.
지난 7일 폐막한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도 국내 개봉(이달 23일)에 앞서 상영된다. 미겔 고메스 감독이 아랍어 설화집 ‘아라비안나이트’ 구조를 빌려와 포르투갈의 경제 위기 현실을 그린 ‘천일야화’ 3부작도 관객을 만난다. 국내 공식 수입된 적 없는 영화 시리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도 화제작 중 하나다.
5일부터는 사흘간 영화·영상 콘텐츠부터 스토리 등 지식재산권(IP)까지 거래할 수 있는 ‘제19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열린다. CJ ENM은 ‘새로운 패러다임 탐색하기(Navigating the New Paradigm)’라는 주제로 영화 포럼도 개최한다. 한국과 아시아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AI 컨퍼런스’도 영화인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