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영화 수백 편에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한 원로배우 전숙(田淑·본명 전갑례)이 별세했다. 향년 98세.
전숙은 지난달 말 세상을 떠나 1일 발인을 거쳐 인천에서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고인은 1926년생으로 60여 년간 출연작품이 약 500편에 달한다.
전숙은 1955년 영화 ‘불사조의 언덕’ 단역으로 데뷔한 뒤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2010년까지 노인 단역으로 활동하며 여러 작품에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 작품으로는 2018년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책 ‘뒷모습에 길을 묻다’에 따르면 전숙은 나이 서른에 갓 낳은 아들을 업고 남편 손에 억지로 붙들려 나간 영화판에서 천직을 찾았다. 우연히 만난 고(故) 전창근 감독이 당시 그에게 영화 출연을 제의하면서 처음으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됐다. 그렇게 전숙은 잠자고 있던 끼를 깨웠고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길을 걸었다.
그는 영화 ‘나는 너를 천사라고 부른다’로 제30회 대종상 영화제 특별연기상(1992년)을 수상했다. 제39회 영화의 날 공로영화인(2001년)으로도 선정됐다.
신정균 영화감독은 1일 “아마도 이 분을 기억하는 영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2013년까지 498편의 작품에 출연하셨다. 나는 1982년 영화계 들어와서 조수 시절 전숙이 조연 또는 단역으로 출연하는 작품을 다수했다. 지방 촬영 때는 만 원짜리 한 장 몰래 주머니에 넣어주시던 전 여사님”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분을 영화계 별이라고 칭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분을 영화계의 소금이라 생각한다”며 “모든 열정과 일생을 바쳐오신 전숙 여사님께 박수를 보낸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