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후 시작…대남풍선發 산불 우려 커져

내용물·낙하지점 깜깜이, 당국 사전대응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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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산불 85% 몰리는데...내용물·낙하지점 깜깜이 ‘北 불풍선’ 우려↑[취재메타]
지난해 4월 강원도 강릉에서 시작된 불이 대형 화재로 번졌다. 당시 민가 건물에 불이 붙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지난 6월 10일 오후. 강원도 춘천을 남에서 북으로 잇는 순환대로의 안마산 구간(동내면 학곡리) 인근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장비 9대, 인력 22명을 투입해 20분여 만에 불을 잡았다. 다행히 불은 66㎡(약 20평)이 타는 데 그쳤다. 발화지점에서 8m쯤 위에 있는 나뭇가지엔 북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걸려 있었다.

발화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그을린 재를 모아서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고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 감식을 받았다. 재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됐단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국과수는 ‘검출 물질이 명확한 화재 원인인지는 분명치 않다’는 결과를 회신했다. 강원소방본부는 현장 증거를 종합해 산불의 원인을 ‘기타-오물풍선에 의한 화재’로 기록했다.

10월부터 건조시즌…산불공포 커져

10월부터 산불 85% 몰리는데...내용물·낙하지점 깜깜이 ‘北 불풍선’ 우려↑[취재메타]
지난 6월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산에서 발생한 화재 흔적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북한의 ‘오물풍선’이 불(火)풍선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한 날씨가 화재에 취약한 건조 한 계절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북한이 남한으로 현재처럼 오물풍선을 계속 남한을 향해 날릴 경우 화재는 더 잦고 피해 수준은 커질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남한 곳곳에서 발견된 오물풍선은 5168개(경찰청 자료). 북한 당국이 오물풍선을 최초로 날려보낸 5월 말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한 숫자다. 대부분은 휴전선과 맞닿은 경기, 강원과 인천, 서울에서 수거됐는데 일부는 충청권(충주·음성·영동 등)과 전북(무주), 경북(영천·경주·포항), 경남(거창)에 떨어졌다. 경주와 포항은 휴전선에서 직선거리로 350km가 넘는 장거리다. 풍선에 매달린 5~10㎏짜리 쓰레기주머니가 하늘에서 집이나 공장, 건물로 떨어지며 재산상 피해규모는 1억원을 넘어섰다. 이달 24일엔 사람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오물풍선으로 비롯된 산불이 ‘진짜 문제’로 염려한다.

10월부터 산불 85% 몰리는데...내용물·낙하지점 깜깜이 ‘北 불풍선’ 우려↑[취재메타]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39건의 산불이 났다. 이 가운데 발생 원인이 대남풍선으로 정식 기록된 건 1건(6월 2일 경기 과천)에 그친다. 하지만 실제 풍선으로 비롯된 산불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엔 ‘원인 미상’ 산불이 14건(연평균 통상 3~4건)으로 유독 늘었는데, 여기에 오물풍선이 원인 제공한 사례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대남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5건 더 있다.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산림청과 산불 집계 방식이 다른 소방청 통계를 보면 대남 오물풍선 때문에 발생한 산불은 4건(5월 말~9월 19일)이다. 이 기간 풍선으로 인한 화재는 모두 23건이었는데, 이 중 8건은 풍선에 부착돼 있던 전기창치가 불씨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곧 건조 기후에 들어선다. 북풍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겹치면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오물풍선은 이제 국가적 (재난의) 문제로 볼 때 같다”고 말했다.

‘깜깜이’ 오물풍선…까다로운 예방대응

10월부터 산불 85% 몰리는데...내용물·낙하지점 깜깜이 ‘北 불풍선’ 우려↑[취재메타]
올 5월 군당국이 발견해 수거한 대남 오물풍선 [합동참모본부 제공]

여름철 잠잠하던 산불은 10월부터 기지개를 켠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2019~2023년 사이 2973건의 산불이 났는데 이 가운데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만 85.2%(2532건)가 집중돼 있다. 바싹 마른 낙엽에 오물풍선에 부착된 전기장치(발열 타이머 등)로 피어난 불씨가 낙엽 등 쉽게 연소하는 소재에 닿으면 금세 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나무로 대표되는 침엽수림 중심으로 구성된 산악지역(강원)의 경우 특히 산불에 취약하단 우려다. 산불이 일어나는 유형은 몇 가지로 구분된다. 바닥 낙엽에 불이 붙어 화재로 이어지는 지표화, 나무줄기에 불이 붙어 퍼지는 수간화, 가지 끝에 달린 잎이 타며 불이 솟구치는 형태의 수관화 등이다. 통상 산불은 지표화 형태의 화재가 많으나, 침엽수 중심의 숲에서는 불이 나무 줄기와 가지·잎까지 옮겨붙으며 도미노처럼 번지는 큰 불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전안전부는 ‘2019 강원 동해안 산불백서’에서 “침엽수 단순림은 수분 함량이 낮고 송진과 같은 정유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산불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적었다.

군·경찰과 소방, 산림청은 대남풍선 부양과 발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산불을 포함한 화재 예방을 위해 “부양 단계부터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질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풍선에 무슨 물질이 딸려 있는지부터가 파악이 어려운데다 낙하지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두 가지 ‘깜깜이’ 특징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낙하지점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가연성 물질이 있는 곳에 떨어지면 산불이 날 수도 있고, 재산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